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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설날장사씨름대회 예산 파행, 끝내 침묵하는 군수의 선택

[사설]설날장사씨름대회 예산을 되살리기 위한 원포인트 예산안이 끝내 무산됐다.

9일 오후 태안군의회에서 가결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진 심의안은 자정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부결됐고, 그 책임의 중심에는 끝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집행부 수반, 가세로 태안군수가 서 있다.
[2025년12월 가세로 군수 의회 비난 기자회견]

의회는 무차별 비난 성명에 대해 ‘군수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요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사태를 수습해야 할 최종 책임자는 군수였다. 그러나 가 군수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예결위 회의장에는 씨름협회 관계자, 의회 직원, 부군수와 실·국장,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자정까지 대기하며 시간외근무 수당이라는 또 다른 혈세를 발생시켰고, 정작 군민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집행되지 못했다.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며, 행정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특히 집행부 수반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자존심이 아니라 조정 능력이다. 이번 사태에서 군수는 갈등을 풀기보다 방치했고, 방치는 곧 파행으로 이어졌다. 사과 한마디가 군민의 체육행사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었다면, 그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더욱이 이번 모습은 과거와 극명히 대비된다. 4년 전 해상풍력 관련 민원 해결비와 용역 예산 14억5천만 원을 처리할 당시, 집행부는 경찰버스와 대규모 공무원을 동원해 의회를 압박하는 강공을 선택했고 결국 예산은 통과됐다. ‘필요한 예산’에는 강경했고, 군민 생활과 직결된 체육행사 예산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한 태도는 선택적 책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세로 군수는 그간 의회의 예산 삭감을 두고 “폭거"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하게 비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원포인트 예산 무산은, 군수 스스로가 말해온 ‘의회의 책임’을 되묻는 역설적 장면이다. 집행부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 어떤 명분도 예산을 살릴 수 없다.

정치는 명분으로 시작되지만, 평가는 결과로 내려진다. 설날장사씨름대회를 기다려온 군민과 지역 상권, 그리고 행사 준비에 나섰던 체육인들에게 남은 것은 허탈감뿐이다. 이 책임을 또다시 의회로만 돌린다면, 그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행정의 수장은 갈등의 당사자가 아니라 해결의 최종 책임자다. 이번 예산 파행은 그 책임을외면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군민은 기억할 것이다. 누가 타협을 거부했고, 그 대가를 누가 치렀는지를.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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