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내기 위해'…오너일가 주식담보 대출 7.6조원
리더스인덱스 분석…1년 전보다 대출 규모 2조원 이상 늘어
김이환 | 기사입력 2023-08-09 09:48:56
기업집단별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변화 [리더스인덱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미타임뉴스] 김이환기자 =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이달 초 기준 7조6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주로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4일 기준 82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2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 136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었다.

이들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7.1%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7조6천55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9.6%에서 7.5%포인트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도 1년 전(5조4천196억원)보다 41.3%(2조2천362억원) 늘었다.

1년 새 오너 일가의 대출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이었다.

삼성가(家) 세 모녀는 계열사 보유지분의 40.4%를 담보로 제공하고 4조781억원을 대출받았다.

1년 전(20.2%·1조8천871억원)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배로, 대출 금액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출 규모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조2천500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조1천167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6천611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삼성 다음으로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많이 늘어난 곳은 LG였다.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경영자금 확보나 상속·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LG그룹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1년 전 1천288억원에서 올해 2천747억원으로 늘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2월과 6월에 각각 230억원과 1천1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하면서 총대출금액은 1천770억원이 됐다. 이 역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설명했다.

SK그룹에서는 오너 일가 10명이 주식의 51.8%를 담보로 5천57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1년 새 대출금액은 608억원 늘었다.

한솔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1년 새 170억원에서 603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대출한 것으로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농심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도 200억원 이상 늘었는데, 특히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올해 142억원을 추가로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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