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뉴스=한정순 기자]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 열린 사전심사에서 청구 사건 전원이 탈락했다.
헌법재판소가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본격적인 본안 심리로 가는 문턱이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지정재판부(재판관 3인 구성)의 평의를 거쳐 재판소원 관련 청구 사건 26건에 대해 전원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제도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총 153건 중 일부를 우선 심사한 결과로, 현재까지 전원재판부(재판관 9인)의 본안 심리로 넘겨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각하 사유별로는,청구 사유 미비(17건)가 가장 많았으며, ,청구 기간 도과(5건),,보충성 원칙 위배(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재판소원이 인용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헌재법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무시했거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헌재는 "단순히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거나, 법원의 증거 평가 및 사실인정의 적절성을 다투는 것은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특히 대법원 판결이 위법한 증거를 인정했다는 취지의 '2026헌마679' 사건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절차적 요건 미비로 발목이 잡힌 사례도 잇따랐다.
재판 확정 후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는 기간 규정을 어긴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청구인은 "제도 시행 전이라 청구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헌재는 이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보충성 원칙(다른 구제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함)'도 엄격히 적용됐다.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 청구가 기각된 유족 측 사건의 경우, 소액사건이라도 상고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포기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관심이 쏠린 '접수 1호' 시리아인의 강제퇴거 판결 취소 사건 역시 청구 기간 도과 문제로 각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이 같은 행보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소원 사건이 본안 심리로 쏟아질 경우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열린 법조계 세미나에서도 전문가들은 "사전심사가 재판소원의 실질적인 통제 장치가 될 것"이라며 "독일의 사례처럼 법원이 기본권의 의미를 완전히 오해한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헌재가 개입하는 원칙이 정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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