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연대]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초고압직류송전(HVDC)로 조기 착공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이어 ‘단백질 공급원’ 붕괴 직면에 돌입했다.
서해는 한국인의 식탁을 떠받쳐 온 바다다. 바지락, 백합, 낙지, 꽃게. 이 단어들은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라, 국민 단백질 공급원의 한 축이다.
그 기반은 바다가 아니라 ‘강’이다. 한강과 북한강, 남한강, 한탄강, 금강, 임진강 등 주요 수계는 수천 년 동안 유기물과 영양염류를 서해로 흘려보냈다. 이 물질들은 갯벌을 만들고, 갯벌은 생명을 키웠다.
이 구조 덕분에 서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생산성 해역이 됐다.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금, 이 ‘생산 시스템’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 문제는 하나가 아니다.인천에서 군산까지 이어지는 서해 연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는 바다의 기본 조건을 바꾸고 있다.수온은 올라가고, 산소는 줄어든다.여기에 대기오염 물질은 바다로 떨어져 퇴적물에 쌓이고, 다시 떠오르며 생태계를 반복적으로 자극한다. 이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패류 폐사 증가, 어장 생산성 감소, 지역 간 격차 확대, 서해는 지금 ‘조용한 붕괴’가 진행 중이다.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가 더해진다. 바로 서해안을 따라 구축되는 ‘에너지 고속도로’, 즉 해저 송전망이다. 해상풍력과 결합된 이 사업은 바다 밑에 초고압 케이블을 깔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다.
문제는 이 인프라가 남기는 흔적이다. 공사 과정에서는 해저가 뒤집힌다. 퇴적물이 떠오르고, 부유물이 바다를 떠다닌다. .
운영이 시작되면 보이지 않는 영향이 이어진다. 케이블은 열을 내고, 전자기장을 만든다.
각각의 영향은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서해의 문제는 ‘하나씩’이 아니라 ‘한꺼번에’라는 데 있다.
200KM 연안선에 걸쳐있는 4개 발전소 21GW급 온배수 이로 인해 오염된 퇴적물에 각종 양식장의 폐사가 궤를 같이 하는 가운데 이제 해저 케이블까지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 바다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로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방식이다. 지금의 개발은 모두 따로 평가된다. 발전소는 발전소대로, 풍력은 풍력대로, 송전망은 송전망대로. 하지만 바다는 그렇게 나뉘지 않는다.
모든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이 단순한 사실이 대한민국 정책에서는 빠져 있다.
▶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에너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단백질도 필요하다.
전기를 생산하는 바다와 생명을 생산하는 바다는 서로 대체할 수 없다.
특히 서해는 단순한 어장이 아니다. 국민 식탁의 기반이자, 식량 안보의 한 축이다.
이 기능이 무너지면 문제는 환경을 넘어 사회로 확산된다. 갯벌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생명이 사라질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뒤늦게 묻게 될 것이다. 왜 더 빨리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왜 지키지 못했는지를.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단순한 인프라 사업이 아니다.그것은 묻고 있다. 이 바다를 전기를 위한 공간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생명을 키우는 터전으로 남길 것인가.
답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다. [해양수산발전어업인연대 이사장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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