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중동 거점 공항을 경유해 몰디브나 모리셔스로 향하려던 여행객들은 치솟는 항공료와 취소 불가 통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다음 달 두바이를 거쳐 몰디브로 떠날 예정이었던 예비 신부 김도언(34) 씨는 최근 신혼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일주일 넘게 전쟁 종결 소식을 기다렸으나, 호르무즈 해협 기뢰 부설과 최고 강도 공습 예고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두바이 행을 포기한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초고유가 국면으로 항공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제 중국 항공사 직항권을 90만 원에 겨우 구했는데, 오늘 확인하니 155만 원까지 올랐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1년 전부터 공들여 준비한 계획이 한 달을 남기고 엉망이 되면서 결혼식 준비에 집중해야 할 시간마저 빼앗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중동 정세의 심각성을 고려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여행사(하나투어·모두투어 등): 여행경보가 내려진 UAE, 요르단, 사우디 등 중동 8개국 관련 3월 출발 상품을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반면 개인이 직접 예약한 해외 숙박 및 항공 예약 플랫폼들은 외교부의 여행경보 발령에도 불구하고 취소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여행객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이후 매일 뉴스만 보고 있다",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동남아 경유로 바꿔야 하나"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하루에만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4월 1일 유대인 최대 명절인 유월절을 맞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계획했던 기독교 단체들도 비상이다.
예루살렘 등 주요 성지가 전쟁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에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9월 출국 예정인 A씨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종교적 민감성 때문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몰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의 포성은 마이애미의 WBC 열기도, 예비부부들의 설렘도 삼켜버렸다.
항공권 가격이 두 배 이상 뛰고 예약 취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혼부부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극에 달해 있다.
정부는 여행경보 발령 지역에 대한 글로벌 예약 플랫폼의 부당한 위약금 부과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행정 지도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노선을 확보하고 여행객들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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