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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내란 재판’ 마침표 찍은 지귀연 부장판사… 영광과 상처 뒤로하고 떠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혐의 재판 진행하는 지귀연 판사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타임뉴스 한상우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무거운 사건인 ‘윤석열 내란 재판’을 이끌어온 지귀연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1기)가 19일 1심 선고를 끝으로 서울중앙지법을 떠난다. 지난 1년간 그가 걸어온 길은 찬사와 비난, 신뢰와 의혹이 교차하는 ‘폭풍 속의 항해’였다.

‘엘리트 코스’ 거친 법리 전문가… 이재용·유아인 판결로 주목

지 부장판사는 개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나 지낸 법원 내 대표적인 법리 전문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을 맡으며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주요 판결 이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승계 부당 합병 혐의 무죄 선고 (2024.02)

배우 유아인: 마약 투약 혐의 징역 1년 실형 선고 (2024.09)

박지원·서훈 등: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 무죄 선고 (2025.12)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다”… 재판장의 매서운 일침

지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농담을 섞는 유연한 진행으로 법정 분위기를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본질을 흐리는 태도에는 추풍령 같은 단호함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공판에서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이 특검의 발언을 막아서자 “남의 말을 막는 분들이 무슨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냐”며 일갈한 대목은 큰 화제가 됐다. 

또한 실랑이를 벌이는 변호인 측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법조인으로서의 품격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속 취소’로 인한 시련… 의혹과 압수수색까지

재판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자 정치권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야권은 그가 변호사로부터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초유의 시련을 겪었다.

대법원 조사 결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심의 결과가 나왔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중대 사건을 다루는 재판장으로서 그가 짊어져야 했던 심리적 압박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부지법으로 이동… “내란의 마침표는 찍혔다”

지 부장판사는 오늘 1심 선고를 마지막으로 3년간의 중앙지법 근무를 마치고 오는 23일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피고인 측의 거센 방어와 정치권의 외풍 속에서도 무기징역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며 사법부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와, 소송 지휘가 지나치게 방관적이었다는 지적이 여전히 공존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성경을 읽으려 촛불을 훔치지 말라”는 법리는 향후 상급심 재판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한줄평]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서슬 퍼렇게 법정을 지켰던 지귀연. 그가 내린 '무기징역'이라는 숫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을 시험하는 마지막 성적표가 되었다.

한상우 기자 한상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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