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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의 품격은 연출이 아니라 태도…‘큰절 정치’ 배후는 "고소‧고발 연대"

[사설]새해 정초가 되면 선출직 공직자들은 어김없이 국민과 주민 앞에서 ‘존경’을 말한다. 그리고 그 상징적 장면으로 큰절을 선택한다. 그러나 큰절은 동작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마음이 빠진 큰절은 존경이 아니라 기만에 가깝다.

[2026.01.월 남면면민 연두방문 큰절하는 문경신 면장 + 가세로 군수]

지난 2024년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은 부산에서 신발을 벗고 시민 앞에 몸을 낮췄다.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그 장면만큼은 ‘의도를 감춘 형식“에 있어서도 태도와 자세에 따라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

반면 최근 진행된 태안군수의 2026년 연두방문 현장은 정반대의 인상을 남겼다. 2주간에 걸쳐 진행된 8개 읍·면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가세로 군수와 일부 읍·면장들은 관행처럼 큰절을 올렸지만, 그 모습은 존경이 아닌 마지못한 의례, 더 정확히는 형식만 남은 퍼포먼스였다.

지난 1월 남면 주민과의 대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세로 군수는 오른손에 마이크를, 문경신 면장은 왼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큰절을 올렸다. 이들의 양손에는 권력의 상징과 AI 기기가 들려 있었다. 의도를 감춘 형식을 생경하게 드러냈다.

더욱이 신발을 신은 채 큰절을 올리는 장면은, 행위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했거나 애초에 존중할 의사가 없었음을 의심하게 한다. 큰절이 불편했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정직했을 것이다.

관내 한 원로는 “군수가 이 정도라면 읍·면장은 더 볼 것도 없다"며 깊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어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행정 전반에 대한 군민의 불신이 응축된 목소리다.

가세로 군수는 그간 ‘섬김 행정’, ‘효도 군수’, ‘상머슴 군수’를 자임해 왔다. 그 모든 수사는 공허한 슬로건에 불과했다.
[2016.01.19. 부결된 씨름대회 예산 원포인트 승인 군 의회 참석한 가세로 군수]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형식적 섬김 행정’이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군정 운영 전반에서 드러난 권력 행사 방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2023년 5월, 시위방해금지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원고 측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린 공무원만 약 350명에 달했다. 당시 피고는 2019년 작고한 모친 추모목을 태안군수 명의의 건설기계주기장 공사로 도둑질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온 이른바 ‘농아인 형제’였다.

이어 같은 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형사사건(사건번호 2023고단514, 공무집행방해) 선고를 하루 앞둔 2024년 8월 7일, 공무원 약 800명과 이장단협의회, 태안군체육회 등 관변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연대 서명 1,260명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개인의 자발적 의견 표명을 넘어, 행정 조직과 관변단체가 집단적으로 형사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재판 선고 직전이라는 시점은 그 의도를 더욱 분명히 한다.

이와 동시에 군정 비리 및 행정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에 대한 형사 고발도 폭증했다. 실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주민만 500여 명에 이른다. 전임 군수 시절 141건 대비 약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주민도 20여 명으로, 이는 태안군 복군 30년 만에 사실상 전례 없는 기록이다.

나아가 원북면·태안읍·소원면에서 군정 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주민 3인을 상대로,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150여 명과 이장단협의회 동원 성명서 발표 및 사법 기관 엄벌 탄원서가 제출되기도 했다.(사건번호 2025고단273 교통 방해 등 2명 구속 1명 불구속, 재판 중)

이런 군수는 행정 권력이 비판자를 상대로 집단적 압박 수단을 동원한 정황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2026. 1월, 행사장 이취임식 현장에 방문해 졸고 있는 가세로 군수와 전재옥 의장]

그 결과, 현재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는 태안군민들이 피고인 신분으로 넘쳐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건에서는 공무원들이 ‘이명 현상’, ‘암 재발 위험’ 등을 주장하며 피해자 코스프레 진술에 나서면서 3가지 사건에 총 40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은 현재 진행형으로 진술의 진정성과 과장 여부를 둘러싼 격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군정 농단 및 행정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감사와 소통이 아닌, 고발과 형사 절차로 주민의 입과 귀를 봉쇄해 온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다.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숙이고 ‘상머슴 군수’를 자처하는 모습은, 앞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과 도무지 양립하기 어렵다. 말과 행동이 이처럼 극명하게 어긋난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위선이다.

지금 태안군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큰절 퍼포먼스가 아니다. 권력을 동원해 비판자를 침묵시키려 했던 지난 군정 운영 전반에 대한 성찰과 책임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민의 법정 출석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군정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지점으로 추락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정래 대표 서산 방문시 명패없이 앉아 있는 가세로 군수와 바로 뒤 군수를 수행하는 전재옥 의장과 홍상금 예비 후보 등 모습]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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