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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정부 상대 수천억대 소송 불가피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 일대를 뒤흔들었던 5.4 규모 지진의 원인이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된 지열발전 실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지질학회가 주축이 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10시 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포항지진과 지열 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지진시민연대 회원들이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정부 상대 소송이 불가피해졌다.       

대한지질학회가 주축이 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10시 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포항지진과 지열 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조사연구단 중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쉐민 게 미국 콜로라도대학 교수는 이날“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포항지진은 지층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면서 지층속 토양이 대거 유실되면서 촉발 된 것”이라며“그간 지열발전에 의한 주요한 다섯 번의 지층 자극이 있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사단은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부터 발족했으며, 지난 1년간 지질학회를 중심으로 한 국내조사단과 외국 학자들로 구성된 해외조사위원회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이 지진의 원인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간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견과,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첨예한 대립을 이뤄왔다. 유발지진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기업에 의뢰해 진행한‘MW(메가와트)급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지진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포항 지열발전은 섭씨 최고 170도에 이르는 포항 흥해읍 지하 4㎞ 아래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자는 것이다. 땅 속 깊은 곳의 열을 끌어내기 위해 초고압의 물을 무리하게 집어넣다가 불안한 지층을 건드려 지진을 유발했다는 논리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유발 지진론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다. 그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당시 근거로 ▶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과 지진발생이 일치했고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으며 ▶진원의 깊이가 일반적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물 주입점 근처에 단층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은 논문을 통해서 “굳이 지열발전을 논하지 않더라도 포항지진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며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한반도의 단층대들이 약해진데다, 2016년 9월 경주지진까지 어어지면서 포항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포항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총 2만7317건이며, 피해액은 551억원으로 집계했지만,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총 피해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자문위원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외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며 “1000명이 넘는 이재민 중 일부는 아직도 시에서 마련해준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강덕 포항시장 등 포항시장 300여명은 이날 7대의 대형버스에 나눠타고 상경해 발표행사에 참석했다. 이중 포항지진시민연대 회원들은 행사장 내에서 조사단의 발표와 기자회견 직전까지 포항지진의 정확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앞서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해외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PX2) 주변에서 이루어진 활동과 그 영향 등을 자체 분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외조사위는 "결론은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라며 "PX-2 (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반론도 제기됐다. 

물을 네 번 주입해 이런 지진이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한편 이날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며 포항 시민들이 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포항지열발전소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난 직후 일부 전문가나 시민으로부터 지진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을 샀다. 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지진 발생 직후에는 지열발전이 포항 지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스지오 측은 "2개 시추공은 지진과 관련이 예상되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된 데다 시추공 설치로 지진이 발생한 예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지열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도 2018년 3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열발전소와 넥스지오를 상대로 낸 발전소 공사 및 운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산업통상자원부 정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항지열발전소에 설치한 제반 설비 가동을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포항 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가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지열발전소는 이제 가동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포항시는 가동 중단을 넘어 폐쇄와 원상복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부분 포항시민은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소 폐쇄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폐쇄에 따른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폐쇄와 원상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관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사업 중단 이후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이달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공지사항을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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