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뉴스=이남열 기자] 경찰이 과거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를 진압했다는 이유로 정부 훈장을 받았던 전직 경찰관들에 대한 서훈 취소 검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와 동시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경찰 지휘부는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인권을 지키다 순직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 등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역사 바로잡기'와 '인권 경찰'로의 도약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찰청은 18일 공식 입장을 통해 "과거 민주화운동에 대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정부포상을 받은 대상자를 면밀히 조사해 서훈 취소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신군부에 협조한 대가로 훈·포장을 유지해 온 인물들에 대해 본격적인 박탈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조사 대상으로는 1983년 '광주사태 진압 및 치안질서 유지' 등을 사유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던 송동섭 전 전남도경찰국장(현 전남경찰청장) 등이 꼽힌다. 치안정감까지 올랐던 송 전 국장은 훈장을 유지한 채 숨을 거두었으나, 이번 조치로 사후 서훈 취소가 유력해졌다.
반면, 같은 시기 신군부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며 시민의 목숨을 구했던 선배 경찰관들에 대한 추모 열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송 전 국장의 전임자였던 고 안병하 치안감은 1980년 5·18 당시 전남도경찰국장으로 재직하며 신군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 지시와 발포 명령을 끝까지 거부했다.
이에 신군부는 직무유기 혐의를 씌워 그를 직위해제한 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로 연행해 11일간 모진 고문을 자행했다. 불명예 제독된 안 치안감은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10월 숨을 거뒀다.
당시 목포경찰서장이던 고 이준규 경무관 역시 의로운 결단을 내린 인물이다. 이 경무관은 무장한 시위대 120여 명이 경찰서로 진입하자 무력 대응 대신 병력을 철수시켜 유혈 충돌을 막았다.
그 대가로 신군부에 의해 3개월간 구금되어 고문을 당했고, 군사재판에 회부된 후 고문 후유증과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안병하 치안감과 이준규 경무관의 묘역을 참배했다.
아울러 5·18 당시 시민 보호와 치안 유지 과정에서 순직한 전남 함평경찰서 소속 고 정충길 경사, 강정웅 경장, 이세홍 경장, 박기웅 경장 등 총 6명의 순직 경찰관 묘역을 돌며 넋을 기렸다. 같은 날 전남경찰청에서도 이들 6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추도식이 동시에 엄수됐다.
경찰청은 이번 참배에 대해 "불의한 권력에 맞서 올바른 공직자의 표상을 보여준 선배 경찰관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의에 항거한 안병하 치안감 등 선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하겠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과감히 바로잡고, 14만 경찰관 모두가 '헌법'과 '인권'이라는 경찰 활동의 절대적 가치를 가슴 깊이 되새기겠습니다."
이번 조치는 과거 신군부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경찰의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고, 시민의 생명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삼는 현대 경찰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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