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대표는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현장을 떠났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2시 22분까지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주목하는 핵심은 쿠팡이 수사기관 몰래 중국에서 피의자를 접촉하고 관련 노트북을 회수해 직접 포렌식한 경위다.
쿠팡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유출된 정보가 3천 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유출 규모가 3천만 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쿠팡이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가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고 범죄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당초 로저스 대표는 두 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수사를 피했으나,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돌연 태도를 바꿔 입국했다. 그는 조사 전 취재진에게 “한국 정부의 조사에 완벽하게 협조(Cooperate)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협조’라는 수사(修辭) 뒤에 숨어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부인하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12시간에 달하는 조사 시간 중 통역을 거쳐야 했던 한계도 수사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 대표가 직면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20년 과로사한 고(故) 장덕준 노동자의 산재 책임을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자체 조사의 주체를 두고 “국정원이 지시했다”는 취지의 거짓 답변을 한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증거인멸 혐의를 우선적으로 다뤘으며,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조만간 추가 소환을 검토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로저스 대표의 기습 출국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경찰이 출국금지 등 강제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줄평] ‘로켓 배송’처럼 빠른 자체 조사 발표가 결국 수사 방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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