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서버 보관 정보로 별건수사 위법"…기존 판례 재확인
형사소송법 미비 탓 압수 범위 논쟁 계속…대검
이남열 | 기사입력 2024-04-26 18:41:55
[타임뉴스=이남열기자]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최초 압수하려던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보관해두고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미 확립된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최근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저장매체의 복제본을 디넷에 통째로 올려두고 보관하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나온 대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디넷 정보 탐색 중 별건 포착…대법 "사후 영장 받아도 위법"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모(63)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설시했다.

이 사건은 2018년 12월 강원도 원주 택지개발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파생됐다.

당시 검찰은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조모 씨에 대해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조씨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디넷에 저장한 검찰은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조씨가 강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파일에는 검찰 지청 사무과장이던 강씨가 조씨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지연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응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내용에 대한 별도 영장 없이 녹음 파일의 녹취록을 만들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등 '수사청탁 사건' 수사에 나섰다.

수사청탁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별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19년 1월에야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에도 검찰은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존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수사를 이어가다 3월에야 동일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대검 서버에 업로드된 디지털 자료를 압수한 뒤 4월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이렇게 수집한 증거들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과 이에 터 잡아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택지개발 비리에 대한) 첫 영장 집행 종료 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일련의 수사상 조치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청탁 사건과 관련해 집행한) 제3 영장의 집행도 제1 영장에 의한 압수에 따른 복제본이 저장된 대검찰청 서버의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발부된 영장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했다.

애초 수사 단서가 된 녹음 파일은 택지개발 비리를 수사할 목적으로 압수한 것이므로 이와 무관하다면 폐기해야 했고, 나중에야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보관 자체가 위법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 '尹 명예훼손' 수사과정서 논란…법적 공백, 판례로 메워

이번 대법원판결 내용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으로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의 이진동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압수 논쟁'과도 관련이 있다.

뉴스버스 측은 검찰이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불법적으로 디넷에 저장하고 있다며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검찰은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증거를 압수하는 경우 기술적으로 전체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밖에 없으며, 재판 과정에서 증거 조작 주장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형사소송절차 종료 시까지 보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논쟁의 근본적 원인은 형사소송법상 전자정보 압수에 관한 규정이 '압수 목적물이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단 점에 있다.

법 규정이 바뀐 수사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실무적 공백은 대법원이 판례로 메워왔다.

대법원은 2015년 이른바 '종근당 판례'를 통해 검찰의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요건을 처음 제한했다.

당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디지털 정보 수색 과정에서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발견됐다면 그 자리에서 수색을 중단하고, 법원에서 별도 범죄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2022년부터 대법원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 이를 근거로 관련 사건 내사에 착수했다면 이후 별도 영장을 받았더라도 형사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잇달아 내놨다.

이날 대법원판결도 수사기관이 대검 서버에 무관 정보를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종전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 대검 "판례 따라 디지털증거 엄격 통제"

검찰은 관련 법리가 발달하기 전 과거에는 일부 별건 수사에 활용된 사례도 있으나, 대법 판례가 정립된 이후에는 기준에 맞게 적법하게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검은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5월 대검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을 개정해 정보저장매체에 있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똑같이 복제하는 '이미징' 등 디지털 증거 보존 방식 등을 정했다.

이후 2021년 1월 수사 실무 환경을 반영해 디지털 증거 보관 및 폐기 절차, 이미지 파일에 대한 접근 통제 방식 등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예규를 재차 개정했다.

대검은 "이번 판결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는 전부이미지(유관+무관), 선별이미지(유관)에 대한 등록 및 폐기 절차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며 "현재는 '유관정보 탐색 및 선별' 종료 후 디지털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전부이미지를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별 절차까지 종료된 이후부터는 전부이미지에 접근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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