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안식처를 약속하며 억대 돈을 가로챈 그의 정체는 채무에 허덕이던 '빚쟁이 사기꾼'에 불과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포교원장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의 수법은 치밀하고 잔인했다.
그는 2022년 7월부터 단 5개월 동안 "봉안당을 미리 계약하면 사후에 경남의 유명 사찰에 안치해주고 즉시 장례를 치러주겠다"고 속여 12명으로부터 1억 5천만 원을 뜯어냈다.
A씨의 악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까지 파고들었다. "경남의 한 사찰에서 물을 끼얹는 의식을 하면 자식의 병이 낫는다"는 터무니없는 감언이설로 2명에게서 864만 원을 추가로 챙겼다. 종교적 믿음을 미끼로 삼은 전형적인 종교 사기 수법이다.
조사 결과, A씨는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봉안당을 마련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
당시 그는 별다른 재산이나 소득 없이 빚만 잔뜩 짊어진 상태였다.
피해자들이 건넨 소중한 돈은 사찰에 전달되기는커녕, A씨 개인의 채무 변제와 생활비로 증발했다. 타인의 사후 안식을 담보로 자신의 구멍 난 가계를 메운 셈이다.
[재판부 판단] "죄질 불량, 합의도 안 돼… 실형 불가피"
심재남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사후 세계와 자녀의 건강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을 이용해 금원을 편취한 점 등 죄질과 범정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당수의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 회복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장례 문화의 변화를 틈타 사찰이나 포교원의 이름을 내걸고 행해지는 사기가 얼마나 기만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장례 걱정 말라"던 포교원장의 달콤한 약속은 결국 피해자들에게 '죽어서도 쉴 곳 없는' 뼈아픈 상처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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