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박태준 한국 태권도의 "금메달 위해 살아왔다"
김용직 | 기사입력 2024-08-08 09:02:06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한국 박태준이 아제르바이잔 가심 마고메도프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타임뉴스] 김용직기자 =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남자 58㎏급을 제패한 박태준은 '금메달을 위해 살아온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박태준(세계 랭킹 5위)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26위)를 맞아 상대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뒀다.

이는 한국 태권도가 이 체급에서 처음으로 딴 금메달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남자 선수가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16년 만에 수확한 금메달이기도 하다.

경기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박태준은 "내가 지금까지, 20년을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내 선수 생활이 담긴 금메달"이라고 기뻐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친구를 따라 도장을 다니며 태권도를 접한 박태준은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입학 직후까지도 체격이 작은 편이었지만 이후 키가 180㎝까지 자라면서 성장세도 가팔라졌다.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를 따라 한성고에 입학할 정도로 이 코치를 존경하는 박태준은 "이제 한성고에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한성고 출신의 '태권도 스타'인 이 코치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은메달이다.

2012 런던 대회 결승에서 '호적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에게 패해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부터 이 코치를 뛰어넘은 박태준은 "올림픽 금메달은 모든 스포츠인의 꿈이다. 뜻깊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처음 만나 "꿈 아니죠?"라고 물었던 박태준은 "금메달을 딴 순간 그동안 준비했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순간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한성고 재학 중이었던 2022년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박태준은 2년간 매섭게 성장했다.

고3 때인 2022년 10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를 우승해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박태준은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54㎏급)에서도 정상에 섰다.

지난 2월에는 올림픽 선발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의 장준(한국가스공사)을 제치고 파리행 티켓을 따내더니, 기어코 이번 대회 금메달의 영예도 거머쥐었다.

박태준은 그전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한국 겨루기의 간판 장준을 꺾은 게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태준은 "장준 형은 워낙 잘하고 세계적인 선수였다. 올림픽에서 메달도 한 번 딴 선수"라며 "(이긴 후) '더 해야겠다', '할 수 있다'는 다짐, 각오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결승전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그랑팔레의 계단을 음악을 들으면서 내려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박태준이 듣고 있던 노래는 가수 데이식스의 히트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다.

이를 언급한 박태준은 "오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들었다"고 웃었다.

그 말처럼 박태준은 남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한국 태권도에 안겼다.

금메달을 따면 자기 목에 걸어 달라고 했던 세 살 터울의 동생 박민규의 요청을 떠올린 박태준은 "그렇게 할 지 한 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태준을 따라 한성고에 입학한 박민규도 태권도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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