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남열기자]지적 장애를 앓는 친구 명의로 억대 대출을 받은 뒤 범죄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1년 넘게 피해자를 데리고 다닌 20대 남성 3명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장혜정 판사는 13일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 등 20대 3명에게 징역 2년 6월∼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장 판사는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했으나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범죄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2022년 8월 "매달 이자를 갚겠다"며 피해자 B씨를 속인 뒤 그의 휴대전화로 은행에서 300만원을 대출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같은 해 9월 B씨 이름으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뒤 작업 대출 조직을 통해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 1억원을 받기도 했다.

A씨 등은 같은 동네에 사는 B씨가 중증 지적 장애를 앓는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러 그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당은 B씨가 2022년 10월 가출 신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12월까지 1년 넘게 그를 데리고 다니며 경기 광주시, 오산시, 충북 충주시 소재 원룸 등에서 생활했다.

B씨는 "밖에 나가지 말라"는 A씨 등의 말에 순순히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 가족은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2022년 10월 B씨를 가출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B씨가 "자발적 가출"이라고 말해 당시 가출 신고는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가족은 B씨와 또다시 장기간 연락이 안 되자 같은 해 11월 재차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B씨의 생활 반응이 장기간 나타나지 않고, 가족이 피해자 명의의 대출 연체 고지서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9월 강제수사로 전환, 소재 파악 끝에 같은 해 12월 초 경기 오산시 원룸에 있던 B씨를 발견했다.

B씨는 A씨 일당과 지내는 동안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해 발견 당시 실종되기 전보다 몸무게가 19㎏가량 감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B씨 이름으로 대출받은 돈을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