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 피해자 故 구지인씨 사망 5주기…불법 강제 개종 ‘현재 진행형’
‘납치·감금’ 수십 년째 지속… “개종 목사들, 불법 행위 종용”
오현미 | 기사입력 2023-01-11 05:25:49
▲지난 2019년 1월 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故 구지인 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타임뉴스=오현미 기자] 지난 9일 강제 개종 피해자 고(故) 구지인씨 사망 5주기를 맞았다. 구씨는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하다 가족들의 폭행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뇌사 상태에 빠져 2018년 1월 9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당시 ‘강제 개종’ 피해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강제 개종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났으나 달라진 게 없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피해 사례가 현재에도 진행중이며, 여전히 최소한의 법적·사회적 보호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이하 강피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신천지예수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개종’ 사건은 총 97건이나 발생했다. 사나흘에 한 번 꼴로 빈번하게 일어난 셈이다. 개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범죄들도 동반됐다. 감금이 92건, 납치가 20건 일어났다. 폭행도 4건, 강제 휴학 또는 휴직도 32건에 달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강제 개종’ 피해자 97명 중 92명이 여성이었고, 이 중 20·30대 여성이 83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약 80%를 넘었다. 젊은 여성 대상 사건 발생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약해 개종을 강요하기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피연 측은 설명했다. 강제적으로 종교를 바꾸도록 하는 과정에서 납치와 감금 등이 수반되는데, 20·30대 여성이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다는 것이다.

또한 강피연 측은 “한국사회는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하며 “성인이라 할지라도 자녀를 향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반하는 종교 강요 행위와 납치, 감금 등 심각한 범죄가 수반되는 ‘강제 개종’은 불법 행위임에도 수십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강피연 측은 국내 교계가 타 교단을 배척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폭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소수 교단 성도들을 개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개신교에서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를 구성해 소수 교단 성도들을 대상으로 개종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협회 소속 목사들이 상담 요청을 해 온 가족들에게 불법 행위를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족이 연루돼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하는 점, 정부·사법 기관 등에서도 소수 교단 교인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폭력이나 개종 강요가 아닌 종교 문제로 치부하는 점 등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피연 측은 “가해자인 가족, 목사 등은 자유롭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숨어 지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직장, 학교, 교회 등을 기습적으로 찾아와 피해자의 종교를 강제로 밝히고 비난하여 결국 피해자가 갈 곳이 없게 만들어 포기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정파괴를 넘어 심각한 트라우마와 대인기피증 등 추가적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지인씨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가해자를 제재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예수교회의 교인이었던 고 구지인씨는 2017년 12월 2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 감금돼 부모와 목사로부터 강제적으로 개종을 요구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로부터 폭행 등을 당하며 호흡곤란이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018년 1월 9일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구 씨는 앞서 2016년에도 한 차례 전남 장성의 한 수도원에 감금돼 개종을 강요 받다가 44일 만에 탈출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6월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강제 개종 피해 사실을 알리며 강제 개종 목사 처벌과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호소한 바 있다.

강피연 측에 따르면 피해 사례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강제 개종’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2000여 건에 달했다. 최근 5년간을 살펴보면 2018년 131건, 2019년 127건, 2020년 191건, 2021년 136건, 2022년 97건으로 집계됐다.

강제 개종 교육 시 발생한 피해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3년~2022년 5월 기준(총 1919건) 유형별로 ▲사망 5건(강제 개종 과정 중 3건, 가족에 의한 사망 2건) ▲납치 985건 ▲감금 1237건 ▲폭행 861건 ▲강제 휴학 및 휴직 1338건 ▲강제 이혼 43건 ▲정신 병원 강제 입원 13건 등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26%, 여성이 74%, 연령대별로는 ▲20대 72% ▲30대 13% ▲40대 6% ▲50대 6% ▲60대 3% 비율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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