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법 적용 범위와 법 적용 시점에서 본 신천지 코로나 방역방해 ‘무죄’
혐오와 차별의 타깃이 되는 사회적 약자
오현미 | 기사입력 2022-08-28 22:36:23

[광주타임뉴스=오현미 기자] 최근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의 성장기를 다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민 힐링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종화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 4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건이 다뤄졌다. 드라마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의 시점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개정 전의 법 적용과 개정 후 법 적용에 대한 원고와 피고 측의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우영우 측이 제기한 개정 전 법 적용이 타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하면서 우영우 측이 승소하게 된다.

비록 드라마지만 2016년 실제 해킹 사건을 소재로 각색한 최종화 내용은 ‘사건의 시작 범위’와 ‘개정 전·후의 법적인 적용’ 부분에서 최근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교인 명단을 누락해 방역당국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신천지교회의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대구교회 간부들이 ‘무죄’를 확정받은 판례와 유사점이 있다.

코로나19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교회의 책임 유·무에 대해 법원은 1, 2, 3심 모두 방역당국의 교인 명단 제출 및 전체시설현황 요구가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에 규정된 ‘정보제공요청’에 해당된다고는 판단했지만, 이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이 사건이 발생한 뒤인 2020년 9월 개정돼 소급적용을 할 수는 없다고 봤다.

코로나19 초창기였던 2020년 2월 신천지 대구교회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역학조사를 위해 접촉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전국의 신천지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신천지교회는 사회적 비난이 거센 상황을 고려, 공무원과 특수직군 133명을 제외한 교인 명단을 제출했다. 이에 대구시는 교회간부 8명을 감염예방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같은 시기 이만희 총회장도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당국에 신천지 교인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1, 2, 3심 모두 무죄라고 확정했다.

코로나19 방역혐의가 모두 ‘무죄’로 나오면서 2년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19 원흉이라는 낙인 속에 여러 피해를 감내해야 했던 신천지교회와 소속 교인들이 코로나19의 희생양이 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신천지교회를 대상으로 당시 이루어졌던 일부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의 과도한 강제조치 및 권한 행사를 두고 대한민국의 기본권 보장을 균형 있게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제2의 대구사태를 막겠다면서 공무원 40여 명을 신천지 과천본부로 보내 강제조사하면서 “교인 명단을 확보할 때까지 철수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대구시 역시 접촉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신천지 교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직장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신천지교회 이외에도 많은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국민의 분노를 샀지만 정부에서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한 곳은 신천지교회뿐이다. 심지어 법원이 지난해 12월 대구시에 “신천지 대구교회에 내려진 시설폐쇄와 집합금지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다른 교회에 내린 집합금지 명령에 준하는 처분을 다시 내리라"며 조정권고안을 보냈음에도 대구시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천지 대구교회는 2년 2개월이 지나서야 폐쇄 명령이 해제됐다.

이에 신천지교회는 대법원의 무죄 선고 확정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방역 당국이 법에 근거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학조사 범위 기준을 제시했으며, 향후 감염병과 관련된 개인 및 단체 소송에 참고할 수 있는 판례가 마련됐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당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이 취한 과도한 강제조치 및 권한행사에 대해 “소수 종교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선입견, 혐오를 전제해 추진됐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으며, 이는 차별에 취약한 소수 단체에 유독 엄격한 책임을 묻고, 그에 속한 구성원이 가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혐오는 시대를 반복해 나타났다. 사회학자들은 “로마제국은 그리스도교를, 페스트에서는 유대인들을, 마녀사냥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여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과거의 역사처럼 오늘날 ‘코로나19’라는 재앙을 만난 한국 사회의 모습이 이를 말해준다"면서 “평소에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던 개인이나 집단이 감염병에 노출되었을 때 집중적으로 혐오와 차별의 타깃이 되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코로나19 초반 SBS와의 인터뷰에서 “혐오와 차별이 코로나로 더 확산되고 증폭됐다. (지금은) 코로나도 특별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꾸 희생양을 찾는 것이고,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역시 이에 대해 <희생양 만들 때 얻는 '이득'...이것이 가해자를 결집시킨다>는 그의 칼럼에서 “희생양은 구세주의 이야기에 들어갈 만큼 오랜 개념이지만, 어떤 이유로도 희생양은 정당화될 수 없고 희생양을 가졌던 문명은 교정돼야만 한다. 이제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희생양 없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에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대면 종교활동을 제한했던 지침이 부당하다는 법원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19와 관련된 교회들의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에는 지난해 1월 BTJ열방센터에 대한 일시적 폐쇄 집행 등을 물리적으로 막으면서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졌던 BTJ열방센터 장 모 선교사가 “시 측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일시 폐쇄조치를 취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로도 법원은 ‘대면예배금지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에서 정부 당국의 조치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뿐 아니라,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도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해 교회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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