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자는 한국기독교...특정교단 혐오 道 넘었다
국민, 기독교를 대표하는 이미지 핵심단어로 ‘배타성’ 꼽아
오현미 | 기사입력 2022-07-07 17:16:47

그림 출처- 픽사베이

[광주타임뉴스=오현미 기자] 최근 정읍에서 한 40대 남성이 이혼한 전처와 옛 처남댁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서 한 기독교 언론이 가해자에게 특정 종교를 언급하며 살해 동기를 유도하는 질문을 기사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미디어 중의 하나가 ‘기독 언론’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기독교의 타 종교 및 타 교단 대한 배타성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기독교를 대표하는 핵심단어로 유일하게 ‘배타성’을 꼽았다. 이 외에도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 등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이라는 반종교적 단어들도 기독교 이미지로 분포됐다.

이를 반영하듯 같은 설문에서 개신교의 호감도는 25.3%로 불교(66.3%)나 가톨릭(65.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한국교회 신뢰도 역시 2년 전 31.8%에서 작년 20.9%로 하락, 현재는 18.1%까지 추락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교회의 이런 ‘배타성’이 타 종교 및 타 교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해 증오범죄로까지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11일에는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편에서 ‘청와대 미남불’로 불리는 석조여래좌상 앞에 놓인 불전함 등을 파손하고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며 난동을 부린 50대 기독교 여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8일 봉축법요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대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신교 단체가 ‘대형 스피커’와 ‘십자가’를 놓고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하는 등의 훼방이 이어졌다. 편협한 종교관을 가진 일부 개신교인들의 불상 훼손이나 사찰방화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런 한국 기독교인의 행태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 방인성 목사는 고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인으로 있을 수 없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행동이고 전혀 신앙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하면서 “상대방이 가진 신앙과 종교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기독교가 얼마나 귀한 종교인지를 삶과 인격을 통해 그들의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된 정읍 살인 사건처럼 국내에서는 같은 기독교 안에서도 자기 교단‧교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의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이단 정화’라는 명목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강제개종’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개신교의 이런 배타성은 타 교단의 봉사활동까지 트집 잡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 교단의 현충원 봉사, 벽화 봉사,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혈장공여를 비롯해 최근 혈액 수급 위기 극복을 위한 단체헌혈봉사에 이르기까지 일부 기성교회 및 기독 언론에서는 이를 ‘이단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포교’라는 식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광주의 한 신앙인 A 씨는 이와 관련해 “모임에 열심히 신앙하는 친구 부부가 있다. 그런데 봉사 이야기하면서 ‘이단들이 이미지 덮으려고 봉사를 더 열심히 한다. 속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다"며 “그때 종교 생활하지 않는 친구가 ‘하물며 이단들도 그렇게 봉사를 열심히 하는데 일반 교회들은 뭐 하고 있는 거냐.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못된 생각이다’라면서 질타하니 친구 부부가 부끄러웠는지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내가 뱉은 말은 아니지만 같은 기독교 신앙 하는 사람으로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고 당시 심정을 이야기했다.

한 종교계 관계자는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에 대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은 나와 같은, 나와 비슷한 이들만 사랑하라는 말씀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엄연히 종교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된 나라다. 그런데 특정 교단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혐오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충고했다.

이와 더불어 실천신학대학원대 정재영 교수는 ‘한국교회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종교 간 경쟁을 하기보다는 선의의 협력을 통해서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종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머지않아 한국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종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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