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路遼知馬力(노요지마력)이요 日久見人心(일구견인심)이라
홍대인 | 기사입력 2013-05-20 20:39:43
[대전타임뉴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만남을 통해 그 사람과의 사귐이 이어진다. 만남을 통한 사람간의 교제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생활의 활력소를 제공하기도 하는 만남중에는 오랜 동안 친분을 쌓으면서 내 몸같이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소중한 사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어떤 만남은 그 자체가 후회되는 경우도 있다.

明心寶鑑 交友編(명심보감 교우편)에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알려주고 있다.

相識이 滿天下하되 知心能畿人고

酒食兄弟는 千個有로되 急難之朋은 一個無니라

不結子花는 休要種이요 無義之朋은 不可交니라

君子之交는 淡如水하고 小人之交는 甘若醴니라

路遙知馬力이요 日久見人心이니라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술·밥 친구는 많으나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사람도 없구나.

열매를 맺지 않은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마라.

군자의 사귐은 맑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 같으니라.

먼 길을 가보아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오랜 세월을 지내보아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느니라.



이중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은 우리가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 겉보기로서만 사람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 사람의 진면목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으므로, 일을 같이 함에 있어 오랫동안 겪어보는 것이 필요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아마 옛 선인들도 만남을 통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나 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후학들에게 警句(경구)를 주었던 것은 아닐까? 비록 요즘같이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랫동안의 만남을 통해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듯 하지만.

요즘 人事에 대한 말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사람을 오랫동안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眞面目을 알지 못함에 따라 상호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茶飯事이다.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했는데, 그 사람의 드러난 진면목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사람을 추천한 입장에서는 너무나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사람과의 친분을 가지게 될 때 가장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 등 겉모습을 먼저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오랜 사귐이 없이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일 것이다라고 선 짐작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람의 내면을 보기보다 외연적인 모습으로 하는 판단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지적하는 바처럼 그 사람에 대한 착시현상을 불러오게 한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도덕적이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일 것이라고 순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간혹 사회적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내면적으로는 인간이하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게 된다. 특히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성추행에 도박에 사기, 폭행에 공금횡령 등 갖가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기사를 볼 때는 참으로 경악스럽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에 대한 음모론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그 사람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해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관점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하고, 내 기준에 따라 그 사람의 내면까지도 판단하기 때문에 외연안에 감추어진 잘못된 내면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도 인내가 요구된다. 어떤 사람들은 첫눈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내기도 한다는데, 그것이 어려운 보통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가지고 인내심으로 지켜보아야 됨직하다. 사람에 대한 외모나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한번 보고도 알 수 있다고는 해도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그 사람의 속을 아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그 사람과의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관점을 수렴해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쯤이나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겉 다르고 속 다른 만남이 아니라 겉과 속이 같은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행정학 박사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