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홍대인 기자] 병무청에서 많은 민원인을 만나다보면 다양한 하소연을 들을 수 있다. 그 중 근래 가장 기억이 남는 일은 여름이 막 시작되는 작년 6월경의 일이다. 36살인 아들이 20세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고 떠돌다가 이제야 군대를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의였다. 전화기 너머 어머님의 걱정이 마치 바로 앞에서 말씀하시는 듯 느껴졌다.

일단은 어머님을 안심시키면서 아드님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며칠 후 아들이 병무청으로 찾아왔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병역의무자에게 15년간을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니, 막노동을 하면서 거처없이 살았다고 했다. 의무자에게 일단은 복무할 수 있는 기관을 찾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하고 상담을 마쳤다.

예정에 없던 의무자를 배치할 수 있는 기관을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연락해보니, 노인복지시설 한군데에 자리가 있었고, 이에 그 사실을 병역의무자에게 알렸다. 그러자 며칠 후 의무자는 자기가 그동안 병역을 피해왔다는 이유로 그런 험한 곳에 배치하느냐며 항의를 했다.

사회복무요원은 사회복지사 업무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과 배치 전후사정 등을 설명하였으나, 그것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아 시설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통화를 직접 해보라고 안내하였다.

다행히 그 병역의무자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복무를 시작하였고, 다른 소식이 없어 걱정이 되면서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을 하던 중 시간은 흘렀다.

그런데 1년이 채 안된 올 봄의 일이다. 그 의무자가 밝게 웃으며 나를 찾아왔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하면서, 대학 진학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이었다. 막상 복지시설에서 근무해보니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를 알게 되면서 꿈이 생겼다고 말하였다. 너무도 고마웠다. 그 복지시설에 배치하면서도 많은 나이와 그간 겪은 부초 같은 삶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는데,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잘 적응한 의무자의 노력에도 감사의 마음이 컸다.

12월이면 2017년도 사회복무요원 소집일자 및 복무기관 본인선택 접수가 있게 된다. 연말이 가까워지니 민원인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언제쯤 갈 수 있으며, 어느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하여 문의하는 전화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일자 및 복무기관 본인선택은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가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여 소집일자 와 복무기관을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것으로 작년 처음으로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변경, 시행되고 있다. 작년에 대전충남지역의 경우는 평균 2:1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제일 높은 기관은 2월에 소집을 시작하는 ○○시청으로 30:1까지 육박하였고, 그와 반대로 지원자가 없어 미달인 기관도 200여 곳이 나왔다. 대부분이 복지시설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복지시설이 복무하기 힘들고, 복무여건이 어려울 것이라는 앞서 언급한 병역의무자와 같은 생각 때문일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그 일을 해내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어렵다거나 귀찮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진로 결정과 자신의 가치관 확립에 도움이 되는 좋은 계기가 되고 병역이행을 통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음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따라서 복무기관을 선택할 때 단순히 근무하기 편한 곳, 가까운 곳 보다는 장애인이나 노인복지시설 등 많은 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을 먼저 선택하여 복무하는 것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일신우일신 일일시호일(日新又日新 日日是好日)이라 했다.

날마다 새롭게 날마다 즐겁게 보람되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자신의 꿈도 찾아지고, 행복도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