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노사민정협의회(위원장 박천동 구청장)는 22일 오후 3시 북구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구청장을 비롯한 노사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심산단만들기 토론회를 열고, 북구지역 산업단지 발암물질 조사결과와 향후 안심산단 조성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북구가 지난해 여름 ‘발암물질 없는 울산만들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12개 중소사업장 발암물질 및 화학물질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사업장의 발암물질 등 고독성 물질 저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지난해 조사 결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이해와 위험물질을 구입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부족하고 납품업체나 사업장 모두 독성정보를 모르는 등 화학물질 관리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특히 신너류 벤젠은 혈액암 유발물질을 0.1% 이상 함유하고 있는 고독성물질임에도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 물질안전보건자료) 표시도 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산업단지 단위에서 고독성물질을 관리하려면 입주기업의 노력은 물론 납품업체의 적극적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구청에서 산단 사업주들이 고독성 물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산단별 화학물질납품업체 등록시스템'을 구축하고 취급제품 목록과 해당 제품의 MSDS를 데이터베스화해 발암물질, 생식독성물질, 환경호르몬 등 제품의 독성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고독성제품을 대체할 안전제품을 찾으려는 납품업체의 노력, 벤젠 등 고독성물질 사용에 대한 지자체의 감시, 북구 전체 산단에 동일시스템 구축 노력 등을 요구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면 독성물질로 인한 위험상황을 예방하고 노동자들의 근본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범적인 선례로 울산시 전체 시스템 확산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발암성물질 등 고독성 화학물질 관리방안'을 주제로 보조 발제자로 나선 김일우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관리팀장도 "화학물질에 의한 직업병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준수제도 'MSDS' 비치와 측정 및 특검 이행의무가 있으나 사업주의 이행율이 저조한 실정"이라며, "화학물질은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화학물질 도입단계부터 목록화, 유해위험성정보 전달, 특수건강진단, 누출 시 조치방법 등 종합적인 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고인섭 노동안전실장은 “매곡산단 등 안심산단 조성을 위해 현대자동차가 앞장서 납품업체 가이드라인 제정하고 개별사업장이 아닌 산단 차원의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발암물질 추방은 대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산업차원에서 공동으로 전개하는 것이야 말로 발암물질 없는 지역과 산업현장 만들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시민연대 김태근 대외협력실장은 '노사민정협의회와 안심산단만들기' 사업 성과를 설명하면서 "북구노사민정협의회가 초기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중소사업장 노동자 근골격계질환 검진,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조성사업, 노동자 교육사업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인 ‘매곡안심산단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북구청이 안심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현재 추진 중인 3대 기초고용질서 준수운동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구 관계자는 "고독성 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와 지역주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려는 지자체의 바람을 담기에는 미흡하지만 1년간의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지자체와 지역주민, 노사가 협력해 어떻게 공존 공생하는 사회로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 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