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벗 차가있네! 영천 청하사 법심 스님 찻 그릇 속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담다
김정욱 | 기사입력 2014-08-22 12:23:20
[영천타임뉴스]경북 영천 청하사 주지 법심스님이 자신이 소장한 찻그릇 하나를 바라보고 있다.다관은 항상 다인(茶人) 곁에 있는 말없는 벗이다.

때문에 다관은 쓰임새 뿐 아니라 예술성 또한 뛰어나야 한다. 다인의 차생활은 곧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흔히 다인들은 차를 마시는 시간보다 더 행복한 시간은 없다고 한다. 그 행복의 순간에 말없이 함께하는 찻그릇이야말로 다인의 진정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경북 영천에는 그 다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스님이 살고 있다. 영천 은해사 입구에 자리한 청하사 주지 법심 스님. 어둠도 깊어질만큼 깊어져야 빛이 되듯 간절한 기도가 빛을 만들어낸 스님. 세상의 모든 성현들이 하나같이 고통 속에서 행복을 알아보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불교는 학문도 아니고 논설도 아니고 실천이 앞장서야 하는 수행"이라 강조하는 스님은 수 십번을 덧대 기운 장삼을 입고 곧은 자세로 앉아 손님을 맞았다.

스님의 첫 인상은 근엄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찻그릇의 미학을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온화함을 느끼게 한다. 이같은 이중적 감정을 갖게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 법신 스님이다.


"승복 한 벌로 몇년을 지내셨냐"는 질문에 "34년"이라고 짧게 대답한 스님은 자신을 "찻 그릇에 미친 사람, 찻 그릇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차는 인간의 삶 중 가장 높은 삶입니다. 그리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돈 많다고 멋진 삶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을 때 안묻게 해야 한다"는 스님의 별채 50여평에는 대한민국 도공들이 만든 찻그릇은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실제로 스님은 우리나라에서 순수 전통을 고집하는 700여 도예가 중 500여명의 작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전국의 불가마와 그 장단점을 다 꿰뚫고 있으며 전국에서 활동중인 전통 도예가를 줄줄이 외고 있었다. 1980년대부터 1~2개 모으기 시작한 찻그릇이 이제는 취미를 넘어 찻그릇과 다도 연구가가 됐다.

1980년부터 86년까지 부인사 주지를 지낸 스님은 "차를 가까이 하다보니 좋은 그릇을 알게됐고 좋은 그릇을 가까이 하다보니 갖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좋은 그릇을 알고보니 좋은 그릇은 임진왜란 후 거의 일본으로 반출됐더라"며 안타까워 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막사발'은 사실은 '퍽사발'이라 해야 맞다는 스님은 그 흙(사토)은 이 일대에서 존재하는 흙으로 " 다관에 나타난 인위적 흔적없는, 자연 생태의 죽절이 그릇의 가치를 나타낸다"고 한다.

다관의 아름다움, 다관의 쓰임새에 대해 묻자 스님은 백자나 청자다관은 그 형태나 색상이 정교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단아한 품격을 갖추고 있어 특별한 분위기의 차 마심이나 의식다례에 쓰면 좋다고 한다.


또 생활 속에서 일상으로 쓰는 다관은 질박함과 건강미를 갖고 있는 도질자기(陶質磁器)로 된 다관이 쉽게 싫증나지 않아 좋다.

도질자기는 숨을 쉬므로 세월의 분위기가 주는 고태미(古態美)를 느낄 수 있어 사용하면서 길을 내는 즐거움도 있다고 한다.

주의할 일은 다관을 발효차용과 비발효차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다른 차의 맛이나 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본래의 차 맛을 즐길 수있다고 강조한다.

다관의 형태와 유색(釉色), 표면의 질감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조화미.도자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의 맛은 사람에게 있어 내면의 미나 인격미에 해당한다는 스님은 형태의 구성 요소 하나 하나는 아름답다고 해도 전체 속에서 하나가 되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해체된 미일뿐이라고 한다.


스님의 이야기는 한 가지도 허투로 듣고 흘려버릴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찻그릇은 주인과 함께 늙어가면서 더 애정이 가는 기물이다. 쓴 만큼 세월이 입혀지고 깨져도 버리지 않고 그 상처 난 이야기를 간직하는 것, 이것이 다인이 찻그릇에 바치는 예우이고 찻그릇은 그렇게 주인과 함께 늙어 간다는 말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기본이 아니던가.

그리고 변해가는 찻그릇과 본인의 모습에서 새삼 살아 간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찾아낸다는 법심 스님. 스님은 5년전 첫 시집'무안조의 울음소리' 를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차 한잔에 드는 정 누가 알리요/차 한잔의 정을 찾아 45년/ 아직도 정을 못찾았다 읊을 만큼 스님의 다도는 높다. 그러나 자연을 느끼고 감상하는 품이, 또 종교인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초연함이 수 십년의 세월을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대밭의 바람처럼 상처없이 흘려보낸 듯 하다.

다관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도자기를 읽는 심미안을 가져야 하듯 세상 살아가는 일도 똑같다는 스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의없는 대화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다관도 도자기도 아는 만큼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애정이 생겨난다.

그러나 사람의 눈이란 한 가지를 자주 보면 친숙해지고 친숙해지면 눈도 그만큼 편식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는 법신스님은 이미 사물 보는 눈을 광활하게 틔웠다.

"가장 좋은 사람은 격의없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청하사는 차를 연구하고 찻그릇을 공부할 수 있는 조건없는 장소여서 좋다는 스님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면 안된다"고 한다. 모든 삶이 각기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면 고통도 편안하게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작은 법당과 차실 하나에 만족하며 촌로같은 삶을 살아가는 스님을 보며 종교의 깊은 힘이 이런것이며 수양의 깊이는 어디가 끝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장인 숨결 살아숨쉬는 '명품 다완' 한자리에 영천 청하사 법심 스님, 30년 소장 찻사발 조계사 나무갤러리 전시회

2014,10,8(수)~13(월)…조계사 나무갤러리 유명 도예가 작품 대거 선보여

법심스님이 34여년간 모아온 찻사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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