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우리 동네가 바로‘전설의 고향’이었네
문화유산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 고성군 전설여행 호평
김정욱 | 기사입력 2014-08-04 15:50:36

[고성타임뉴스] 고성탈박물관(관장 이도열)은 지난 1일, ‘타임머신 탐험대-고성의 전설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고성군 관내 곳곳의 문화유산들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가졌다.

고성군민 40명이 참가한 이날 프로그램은 고성읍성터 내에 남아있는 창거리샘(우물)에서부터 시작해, 대가면 효자 이평 불망비, 척정리 은행나무와 갈천서원을 거쳐, 연화산 옥천사, 마암면 석마리 석마, 당항포 해전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여기에 얽힌 전설과 역사들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남치리 방산초등학교 교사는 “프로그램 구성도 좋고, 진행도 재밌었다. 무엇보다도 지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노력이 매우 돋보였다."라고 평가했다.

평상시에 역사적인 해설을 지루해하던 어린 학생들도 전설이 가미된 스토리텔링으로 매우 높은 관심과 흥미를 보이면서, 성공적인 투어코스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이번 코스는 은행나무, 석마, 전승목 등 일반적인 관광 코스나 답사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새로운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앞으로 고성군 관광자원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릴 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눈만 빠끔하게 내놓고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 다리 내놔라~’하는 대목에서는 형제들끼리 끌어안고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다가도 다음 주가 기다려지던 <전설의 고향>. 에어컨도 없던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마지막엔 언제나 감동적인 교훈이 기다리고 있던 그 프로그램은 늘, “이 이야기는 ○○도 ○○지방에서 전해지는 전설입니다"라는 구수한 목소리의 해설로 끝났다. 

그래서 가까운 곳 어딘가에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지금도 길 잃은 나그네를 꾀고 있을 것만 같았고, 아름드리 나무와 큰 바위들은 신기한 사연을 품고 마을 뒷산에 숨어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이라면?

지난 8월 1일 출근시간도 되기 전에 고성군청 앞마당이 학생들과 학부모로 북적거렸다. 이날 하루 동안 조선시대의 고성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기사 첨부 사진 설명



전설을 따라 고성군의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이날 여행은 ‘타임머신 탑승객 모집‘이라는 공지가 나가자마자 신청자들이 쇄도하여 조기 마감되었다. 

참가자들은 조선시대 고성지도를 손에 들고 읍성 안의 번화가에서부터 출발하여 너른 들판과 첩첩으로 쌓인 산길을 돌고 돌아 호랑이가 출몰하는 마을을 거쳐, 이순신 장군이 왜적들과 싸우던 당항포 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첫 방문지는 조선시대 고성현의 수령이 고을 일을 맡아보던 동헌이다. 동헌 자리에는 현재 고성군청이 들어서 있고, 객사마당은 상점들로 들어찼지만, 현재의 고성읍 성내리(城內理)는 옛 고성현의 성(成) 내(內) 영역이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옛 지도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전설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호랑이가 빠질 수가 없다. 대가면의 효자(孝子) 이평(李平)의 비와 마암면 석마(石馬, 도 민속자료 제1호) 이야기는 호랑이를 바라보는 매우 상반된 이야기이다. 

효자 이평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산신령의 화신으로 인간의 선행과 효행을 장려하는 신성한 동물인 반면, 마암면 석마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마을에 피해를 주는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동물이다. 

마암면 석마리의 석마는 이런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퇴치하기 위한 말 신앙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정월 대보름이 되면 마을 주민들의 제사를 받고 일상에서는 더위를 피한 마을 노인들이 기대 쉬는 마음의 신령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전설의 고향에는 또한 큰 나무들이 빠질 수 없다. 큰나무들은 오래된 마을의 역사와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고 제정구 생가와 묘소가 자리한 대가면 척정리의 800년 된 은행나무는 어른 10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많은 전설을 갖고 있다.

 엄마젖처럼 돋아난 수많은 유주(乳株)들은 한을 안고 죽은 착한 며느리를 대신해 갓난아이를 키운 애틋한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무기정(舞技亭) 기생 ‘월이’의 이야기. 임진왜란 당시 일본 밀정이 가지고 있던 고성의 해안지도를 몰래 고친 월이의 지혜와 용기로 이순신은 당항포 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속싯개․머릿개․핏골 같은 당항만 주변의 땅이름들이 생겨난다.

이뿐이랴. 마암면 삼락리 국도변에 서 있는 500년된 팽나무는 이순신 장군이 여기다 배를 묶어두었다고 해서 ‘전승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마다 동제를 지내는 비용을 영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기부로 인근에 땅을 소유하고 재산세까지 납부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거짓말처럼 토지대장에 ‘김목신(金木神)’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을 보니, 전설이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남치리 방산초등학교 교사는, “프로그램 구성도 좋고, 진행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지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노력이 매우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고성탈박물관에서는 “고성에서 대대로 살고 있는 어른들로부터 당항포 해전이나 은행나무에 얽혀있는 전설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전설을 매개로 문화유산들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은 시범운영으로,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하여 지역의 구전설화나 민담뿐만 아니라 옛 지명에 얽힌 이야기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기를 희망해본다.

 역사적 사실을 책으로만 읽고 딱딱하게 외운 것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이렇게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에 가서 본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휴가 기간 동안 일상을 벗어나 먼 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지만,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평상시에 알지 못했던 우리 동네의 숨은 전설을 찾아보는 것도 문화유산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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