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베트남 처럼 경제개혁개방 이뤄질까?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2-18 00:19:30

[타임 뉴스=서승만 기자]

베트남 권력 서열 3위인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이 2차 미·북회담을 유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만약 북한이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추구한다면,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에서 배울 점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공산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는 살아 날 수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현재 베트남은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이루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성공함으로써 북한이 배우고 싶은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시대 북한과 베트남이 과거 ‘혈맹과 배반’의 역사를 넘어 ‘동반자’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트남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클 것이라는 게 응언 의장 생각이다. 그는 "베트남은 짧은 시간에 눈부시게 발전했다"며 "베트남식 경제 발전 해법과 노하우를 북한과 기꺼이 나누고 싶고 그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2차 미·북정상회담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베트남이 확정됐다.

회담 장소 거론되는 하노이 NCC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17일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의 모습. 왼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 숙소로 예상되는 JW메리어트 호텔 모습이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방중을 계기로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2차 미·북정상회담을 이번달2월 중순 베트남에서 개최하자고 북한 측에 제안했었다.

응언 의장은 베트남 국회가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기업 활동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베트남의 외국 투자 1위국, 공적개발원조(ODA) 공여 2위국, 교역 3위국을 차지하며 베트남 경제 성장을 견인한 핵심 국가"라고 평가하며 "베트남 의회에서 한·베트남 관계 발전에 필요한 액션플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응언 의장은 이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작년 말 기준 8000개사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기업인들이 베트남 현지 기업들과 신뢰를 쌓으며 협업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국회의장 임기는 2021년까지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를 도입해 공산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고도성장 시대를 열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그 결과 작년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7%를 찍었다. 올해는 인도에 이어 6.8~7.1% 성장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런 배경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경제 개혁에 관심을 보이는 북한의 롤모델 국가로 베트남을 꼽았다. 베트남 현지 매체도 미·북정상회담 분위기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는 베트남이 베트남 전쟁을 치렀던 미국과 관계가 크게 개선된 데다 북한과도 외교 관계를 맺고 있어 조정자 역할을 맡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은 2006년 하노이, 2017년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처럼 미·북 대표단과 전 세계 취재진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남부지역 벤째성 출신인 응언 의장은 1981년 입당해 재무부 차관, 베트남 북부지역 하이즈엉성 당서기장, 무역부 차관, 재무장관, 노동보훈사회부 장관, 국회 부의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택하고 있지만 국회 역할은 막중하다. 외국인 투자 등 각종 법안과 결의안부터 고속도로 건설 등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안이 국회 승인을 거쳐 결정된다.

중앙과 지방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응언 의장은 최고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공식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국회 비준과 관련 법·제도 정비, 부패 방지법 등 핵심 법안들이 그의 리더십 아래 처리됐다.


‘혈맹에서 배반자로, 다시 동반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북한 공군
피로 맺어진 북한과 베트남 관계는 1975년 베트남 통일 후 식어갔다. 1978년 12월 베트남이 인근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북한은 “무력침공은 국제법 위반임과 동시에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양국은 평양과 하노이에서 각각 대사관을 철수했다. 김일성은 베트남군에 의해 쫓겨난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을 평양으로 데려와 1991년 귀국할 때까지 돌봤다. 1979년 2월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을 때에도 북한은 중국 편에 섰다.

북한과 베트남은 1984년 외교관계를 복원했지만, 이후에도 가까워질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했다. 1986년 베트남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도이머이’ 개혁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1992년 베트남이 한국과 수교하고 이어 1995년 미국과 수교한 것도 북한의 시각에선 배신이었다. 2004년 베트남이 자국에 입국한 탈북자 468명을 한국으로 한꺼번에 보냈을 때도 북한은 강력히 반발했다.

양국 관계는 2007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해 베트남에서 호찌민 주석 이후 처음으로 농득마인 총비서가 북한을 찾았고, 양국 우호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데 합의했다. 베트남을 통한 탈북자들의 한국행 루트도 막혔다.

현재 베트남은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이루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성공함으로써 북한이 배우고 싶은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시대 북한과 베트남이 과거 ‘혈맹과 배반’의 역사를 넘어 ‘동반자’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과 베트남은 지난 2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였다. 양국 모두 소련을 모델로 계획경제체제를 운영하였으나, 결과가 실망스러움에 따라 과거로부터 벗어나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비준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했다. 중국은 1978년 소집된 회의 이후 '개혁개방'을 시작했고, 베트남은 몇 년 후인 1986년 '도 이머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정책으로 개혁을 시작했다.

각 국가의 금융제도 개혁은 개혁 전반에 중요한 요소이며, 어려운 동시에 리스크에 쉽게 노출되는 부분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금융개혁의 성과, 유사점, 차이점 등을 조사하여 다른 개발도상국 및 북한이 배울 만한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 개혁 초기 단계와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만약 북한이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추구한다면,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에서 배울 점들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