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홍대인 기자]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지역미술의 발전과 형성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원로작가를 초대하여 지역미술사를 재정립하고자 오는 3월 2일부터 4월 26일까지 이인영 초대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에서 최근 까지 제작한 작품을 연도순으로 나열하여 이인영의 예술세계와 삶 전체를 조명한다. 이와 함께 이인영의 작품세계를 다룬 영상물을 함께 설치하여 관람객들에게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였다.
이 전시는 그동안 지역에 연고를 두었던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여 지역미술의 층위를 한층 두텁게 하고 연구의 폭을 넓힌 결과 우리지역을 연고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는 작가의 수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대전・충청화단의 역사를 기술하는 맥과 흐름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인영은 1932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일제시기에 강경에서 학업을 마친 뒤, 부친의 희망에 따라 초등 교사를 시작으로 중학교와 전문학교 교수를 거쳐 1975년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와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1997년까지 대전 미술계에 기둥이 되는 제자들을 키워냈다.
이인영은 미술재료 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였으며 이동훈 선생의 작업실을 구경하며 어깨너머로 눈공부를 한 것이 유화에 눈을 뜬 계기가 되었다.
식민과 분단, 전쟁과 재건이라는 시대상을 거쳐 온 세대의 대변이자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여 자기세계를 확립해온 이인영은 한국 전역의 산야와 자연미를 끊임없이 그리면서 중후한 색채와 감각으로 산의 형태와 리얼한 현장감을 밀도 있게 그려왔다. 1957년 미공보관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959년 대전문화원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63년 첫 입선을 시작으로 64,65, 66, 67년 4회 연속특선을 하며 66년엔 작품 <오후>로 국회의장 상을 수상하게 된다. 국전 국회의장상 소식은 지역에도 경사였지만 당시 동아일보 호외로 배포될 만큼 전국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다
이인영이 그린 자연과 풍경 속에 있는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꽃, 동물과 여인들은 모두 따듯한 인간영혼의 숨결이 불어 넣어진 동화와 신화 같은 세계이고 작가의 이상이 깃든 표현적 세계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이상과 자연이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상의 사실을 지속적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도 이인영은 “온화하고 따듯한 색채대비와 미적인 생동감"을 구사하여 회색과 보랏빛의 미묘한 조성과 중간색의 색감, 무수한 붓자국을 따라 화면위에 경쾌한 율동을 계속하여 화면공간의 진동을 느끼게 하는 힘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한마디로 작가는 색채의 화음을 따라 자연을 노래한 화가이자 자연미의 탐구자이다.
이인영의 작품은 시기별로 다섯 번의 변모를 가지게 된다.
60년대는 아카데미즘이라 불리는 인물 구상이 주를 이루었으며 70년대는 민족기록화의 다양한 경험들에서 작품상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목가적인 풍경 속의 대상들이 반구상 형태로 그려져 예전과 표현법을 달리하고 있다.
80년대는 유럽여행의 여파로 점과 선을 이루는 터치들이 화려한 색채로 나타나며 팔레트에서 혼색을 하기보다 캔버스에 다양한 색들을 직접 찍어 점묘법 같은 효과를 보이는 시도들이 이어진다.
90년대는 남북회담이후의 교류를 계기로 금강산 사생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게 되어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수십 점 그려진다. 이인영에게 있어 산에 대한 출발점은 계룡산이었고 대둔산, 설악산, 오대산 등을 수없이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2000년대는 목가적인 풍경을 작가의 심상으로 표출하여 꽃과 동물들의 구도와 배치 적절한 흰색의 쓰임에서 순수와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활동영역이 자유롭지 못해 젊은 시절 다니던 곳을 연상하며 잔잔한 전원풍경을 주로 그리고 있지만 색채의 쓰임 자체는 푸르른 청색계열에서 노랑이나 황색의 난색계열로 바뀌어 가고 있다. 색채를 통해 자연을 노래한 화가 이인영을 통해 지역미술사를 재정립해보며 노화가의 자연미에 대한 강렬한 탐구심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평생을 자연미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이인영 작가의 작품세계를 통하여, 자연 앞에서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