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지마다 정당 정책·치적 현수막으로 도배 .. 옥외광고물법 정면 위배
고약한 현수막 정치 ···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
행정기관을 출입하면서 자치법규의 제·개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간혹 자문해 주는 경우가 있다.
자치행정의 근간이 조례와 규칙인지라 그만큼 심도있는 분석·검토·자문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안될 때에는 딱하고 한숨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꼭 물어 보는 질문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권한(行政權限)이 어디에서 옵니까?”
“‘법(法)으로 정한 후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동안 한번도 정답을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을 들어 본 것은 지난달 용인시에서였다. 뜻밖에 고참도 아닌 그것도 입사 3년차인 8급 하급직 직원이 정답을 말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직원은 법대 졸업 후 5년동안이나 고시에 실패해 민생고 탓에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왔다 하니 해당 지자체에서 장래가 촉망된다고 하면 실례인가?
그렇다. 정부조직법에 따른 국가행정기관장 및 지방자치법상의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법령으로 정한 각각의 고유사무에 대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고유사무 외에 개별 법률에 따른 위임사무(기관위임사무, 단체위임사무)의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다.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망라하고 공무원법상 당연의무인 주어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함을 법률용어로는 작위(作爲)의무라 한다. 그야말로 공무 수행에 있어 공무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임에도 하지 않는 것을 부작위(不作爲)라 한다. 지난달 12일 세월호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이 선장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씨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라고 선고했다.
결론적으로 직무(소관업무)를 소홀하게 게을리 하면 방관으로서 직무태만이 될 것이며, 아예 손 놓고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방조(幇助) 또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형법상 범죄를 저지르거나 저지른 공범(공동정범)의 일종이자 행태를 일컫는다. 방조(幇助)의 수단 ·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작위 · 부작위, 기구 · 흉기를 부여하는 물질적 · 유형적 방조, 조언을 부여하는 정신적 · 무형적 방조를 모두 불문한다.
형법상 원칙적으로 처벌되는 것은 고의에 의한 범죄, 즉 고의범이다. 여기에 더해 미필적 고의 [未必的故意]도 있다. 정의를 보면 행위자가 범죄 사실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의식 상태를 말한다.
이 외에도 갑질 형태의 권한행사가 직무범위를 넘은 직권남용, 권한없는 자가 물리력으로 방해하는 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또한 범죄이다.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좁디 좁은 오산시 관내 곳곳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각 정당들이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내건 정책 및 치적 홍보 현수막 게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입에서 급기야 육두문자까지 새 나오는 형국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민석 국회의원 측이 내건 국비 확보 완료 현수막의 경우 관계기관에 확인 결과 일부 사업은 도비 및 시비 재원 마련이 구두협의 또는 계획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정하다시피 한 것에 향후 또 다른 진실게임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현행 정당법에는 정당의 홍보 관련 (현수막 포함)광고물은 부착 또는 게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광고물은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 및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다만, 정당 광고물의 경우 정치행사나 집회와 관련한 광고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법제처의 법령해석 또한 정치행사 및 집회, 모임에 국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옥외광고물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저해하는 이러한 정책 및 치적홍보 내용의 현수막 게첩 행위는 이 법에서 정한 적용 예외인 정치행사 또는 집회, 모임 등의 내용이 아닌 관계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 현수막인 것이다. 따라서 옥외광고물법에서 위임받은 오산시장의 행정권한으로 이러한 불법 현수막 게첩 등의 행위를 처벌 할 수 있다.
이렇듯 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불법 광고물을 부착·게첩하는 정당측, 영리행위로 금전적 대가만을 취하는 대행업체, 그리고 감독관청인 오산시.
현 상황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도 아닌 그저 정치권력과 영리업체, 행정기관의 끝없이 되풀이되는 숨바꼭질만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각 정당들의 구시대적 완장 의식, 이익만을 추구하는 영리업체의 상혼,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공무원들, 아무래도 이 모두의 준법의식을 새롭게 일깨우는 데에는 충격 요법이 가장 빠를 듯 하다.
그래서 불법 행위자들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지위에 부합되게 행정처분과는 별개로 작위와 부작위, 방조, 방관, 고의와 미필적 고의, 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면 형법으로 동시 실행돼야 할 시점이다.
단언하는데, 힘 있는 정당들의 불법 현수막을 먼저 철거한다면 그 나머지 개인이나 업체들의 불법 광고물 단속과 행정처분은 더욱 쉬워진다 할 것이므로 공권력 회복의 계기로도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오산시에서 만이라도 올바른 준법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첫 선례로 만들어야 한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정당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이 살아 있음을 꼭 보여줘야 하겠다. '모범 시민은 엄정한 법 집행이 가능해야 실현 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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