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징계 위기 직면한 홍준표, 당내 기류는 '싸늘'
김이환 | 기사입력 2023-07-19 12:09:46
[대구타임뉴스] 김이환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또 한 번 소속 정당으로부터 징계받을 위기에 놓였다.

경남도지사 시절이던 2015년 7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징계받은 지 8년 만이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 마치고 기자 질문받는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이던 홍 시장은 당원권이 정지됐다. 그러다 '탄핵 대선'을 목전에 둔 2017년 3월 징계가 풀렸다.

홍 시장이 이번에 징계 대상에 오른 건 '수해 골프' 논란 때문이다.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15일) 대구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갔다. 비가 내리면서 골프는 약 1시간 만에 중단됐다고 한다.

홍 시장은 골프를 치러갔을 때 대구 지역은 비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건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는 '비상 2단계' 발령 상황이라 단체장은 담당 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규정을 지켰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골프를 이용해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홍 시장은 공직자들도 스포츠로 골프를 자유롭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홍 시장 항변이 오는 20일 소집되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당내 기류가 싸늘하다.

김기현 대표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그 직후 윤리위가 소집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원권 정지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리위원들 사이에서도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부적절한 처신"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06년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키자 제명당한 바 있다.

홍 시장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복수의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들은 "오만하고 부적절한 모습", "사태를 스스로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50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이번 수해가 여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늑장 대응'이라는 야당 비난에 맞서 사태 수습에 진력하는 와중에 나온 홍 시장의 처신과 발언은 국민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하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인간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공감 능력"을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 기본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거친 언사로 당 지도부는 물론 동료 의원들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점도 홍 시장으로선 부담일 수 있다.

홍 시장 징계 결정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지나치게 속전속결식으로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여권이 직면한 수해 관련 비판 여론을 돌리려 '희생양'으로 삼았다거나, 과거 언행들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홍 시장 측 반발도 예상된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무슨 거기에 기죽고 '잘못했다'고 그럴 사람인가. 나는 그런 (부적절한) 처신 한 일이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SNS에 "그래도 기차는 간다"고 적었다. '개가 짖어도'라는 말이 생략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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