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은 현재의 서울을 둘러싼 내사산인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서울을 품고 있는 조선시대 성곽이다. <성을 쌓는 아이>는 함경도에서 한양까지 한양도성을 새롭게 쌓게 위해 노역을 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단신으로 걸어서 한양까지 와서 아버지의 노역을 돕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이름을 성곽 돌에 세기고 떠난 물미에 관한 이야기다.
여진족의 침략으로 어미는 잡혀가고, 아비는 한양에 노역을 간 상태라 어린 물미는 아비를 만나기 위해 남장을 하고는 무작정 한양으로 향한다. 물미는 한양에 와서 우연히 김종서 대감 집에 노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집의 딸인 해원과 아들인 인규, 김종서 장군의 도움으로 어렵게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아파서 구료소에 가 있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병이 호전되자 아비와 함께 다시 성을 쌓는 일을 돕게 된다.
머리가 좋은 아이였던 물미의 도움으로 성을 쌓은 인부들은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성은 큰 문제없이 완성이 된다. 어린 아이가 성곽 공사를 돕고 있다는 말에 현지에 행차를 왔던 임금은 아이인 물미를 찾게 된다. 임금은 도리어 어린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듣고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지혜를 나라를 위해서 쓰라고 한다. 멀리 동래에서 관노비로 살던 장영실에 지금은 한양에서 큰일을 하고 있다면서 물미의 지혜도 나라를 위해 쓰라고 권하기도 한다.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왕권의 위엄과 국가의 권위를 백성들에게 보이고 외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쌓았다. 한양도성은 조선 팔도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동원되어 완성되었다.
태조 때 공사에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 세종 때 자꾸 무너지는 토성을 석성으로 바꾸기 위해 불려 온 사람들, 이후 세종, 숙종 때 보수 공사를 한 사람들까지 수십 년간 많은 백성들이 성곽을 쌓다가 돌에 깔려 다치거나 추위와 배고픔에 떨었다.
하지만 한양도성은 성 안에 사는 지배층을 위한 것일 뿐, 정작 성 밖에 살면서 성을 쌓았던 백성들의 울타리는 되어주지 못했다. 게다가 이렇게 고생해서 성을 쌓은 백성들의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백성들의 그 수많은 사연과 애쓴 흔적을 성곽에 새겨진 이름, 각자성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을 쌓은 책임을 지우기 위해 돌에 새긴 이름, 각자성석. 성곽 돌담에 새겨진 이름, 물미를 만나다. 태조 임금은 성을 쌓은 다음에는 구간마다 쌓은 사람들의 마을 이름을 석벽에 새겨 혹시나 성벽이 무너지거나 하면 그 마을 사람들이 다시 와서 성을 쌓게 했다. 이렇게 성돌에 마을 이름이나 책임자의 이름을 새긴 것을 ‘각자성석’이라고 불렀다.
“만일 고쳐 쌓은 뒤 무너지게 되면 처음에 쌓던 관원을 시켜 다시 쌓도록 하소서.” 《세종실록》3년(1421) 10월 29일. <성을 쌓는 아이>는 성돌에 새겨진 이름, 물미의 이야기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료를 통해 한양도성이 어떻게 쌓였는지 조명하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물미와 김종서 장군의 아들인 인규와 딸인 해원을 통하여 아직은 어린 사람들의 눈으로 조선의 문제와 한양도성 및 국경방비에 대한 이해와 문제 등을 고민하게 된다. 어린 아이지만 국경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물미의 대답은 임금도 감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양도성은 지난 1968년 북의 무장 공비가 북악산까지 침투한 이후 40년 동안 군사구역으로 지정되어 아무나 출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훼손되어 절단된 구간도 많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부터 조금씩 개방되어 지금은 전구간이 개방되었고, 훼손된 부분도 대부분 복원되었다. 이 책을 읽고, 한양 사람들이 꼬박 하루해, 성곽을 한 바퀴 도는 ‘순성놀이’를 한다면 하나씩 하나씩 성돌을 올렸을 우리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을 쌓는 아이>는. 한양도성연구소의 전폭적인 자료 제공과 꼼꼼한 감수를 바탕으로 한 지식과 정보이다. 역사 동화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성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책은 서울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독특한 정체성의 상징인 한양도성에 관한 조사 및 학술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한양도성연구소에서 연구 자료를 제공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당시 상황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감수해 신뢰도를 높였다. 아이들은 단순히 외우는 역사가 아닌, 실제 한양도성을 쌓았던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 역사적 사실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구성이 좋은 책이다. 대부분의 역사 동화는 이야기 속에 지식과 정보를 모두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어 역사적 사실을 책 뒷면에 한꺼번에 풀어 놓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주어진 지식 내용은 아이들이 읽지 않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숨 쉬는 역사’ 시리즈에서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은 실록에서 발췌한 당시 문헌자료와 쉽게 풀어 쓴 설명글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와 연계하여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아이들은 이야기와 함께 제시된 역사적 사실을 통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역사 동화를 통해 익힌 역사적 사실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실제 체험학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순성놀이 지도를 첨부했다. 한양도성은 오랜 세월 수도를 품어 온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창덕궁,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안동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를 앞두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한양도성의 문화적 가치를 되새겨 보는 당시 한양 지도와 함께 하루 만에 한양도성을 둘러보는 순성놀이 지도가 게재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물미의 여정 속에서 오랜 시간 한양과 다른 지역의 경계가 되어 온 한양도성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이는 듯합니다. 외워서 익히는 역사가 아닌, 내가 그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 역사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흥미로운 타임머신 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이다.”라며 초등역사교사모임 대표 한정영 선생이 추천하고 있다.
<성을 쌓는 아이>의 저자 안선모 선생은 바다가 보이는 인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꿋꿋하게 살고 있는 인천 토박이다. 현재 인천 부평남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신나게 놀고, 재미있게 공부할지 언제나 고민하며 다음 카페 ‘산모퉁이’에서 동화와 체험 학습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은 선생의 머릿속에서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마이 네임 이즈 민캐빈》 《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 《우당탕탕 2학년 3반》 《날개 달린 휠체어》 《은이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대목장 신응수 숭례문의 새 천 년을 열다》 등이 있다. 한 권 한 권 쓴 작품을 통해 해강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을 그린 최정인 선생은 지나간 날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추억하고, 살아갈 날들도 그림으로 그리며 살고 있는 행복한 그림작가이다. 그래서인지 실제 모습도 그림 속에서 톡 튀어나온 듯 작품 속 캐릭터와 닮아 있다.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는《그림 도둑 준모》 《우리들만의 규칙》 《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 《말풍선 거울》 《마법의 빨간 립스틱》 《바리공주》 《안성맞춤》 《우리 개의 안내견을 찾습니다》 등이 있다.
책을 감수한 한양도성연구소는 서울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독특한 정체성의 상징인 한양도성에 대한 조사 및 학술 연구를 수행하고, 시민들에게 한양도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회를 기획하고 개최하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한양도성을 쌓았던 당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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