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남열 기자] 5만5천명.발전공기업 통합본사를 태안으로 가져오겠다며 진행된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숫자다.
지역사회의 의지를 나타내는 숫자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그 방대한 숫자에 상응하는 행정의 준비와 책임을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질문은 간단하다.태안군은 5만5천명의 군민에게 서명을 받기 전에 통합 발전공기업 본사를 실제 태안으로 유치하기 위한 조건과 경쟁력을 얼마나 치밀하게 분석했는가.에 있다.

[사진설명: 2026년 7월 21일 윤희신 군수 및 김기만 과장 이복환, 문필수 공동위원장 통합 발전5사 태안이전 유치 추진위 간담회]
윤희신 취임 13일 전 이미 나온 6월18일 보고서
본지가 확보한 삼일회계법인의 「에너지 전환기 전력공기업 새로운 역할 연구」 중간보고서는 2026년 6월 18일 작성됐다.윤희신 태안군수가 7월 1일 취임하기 불과 13일 전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한국전력공사 전력기금사업단과 2026년 2월 10일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발전공기업 역할 및 거버넌스 개편 방향에 관한 관계기관 내부 검토·논의를 지원하기 위해 이 자료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자료는 최종보고서가 아니며 추가 자료와 관계기관 협의 등에 따라 내용과 대안, 결론 등이 변경될 수 있는 중간보고 DRAFT다. (기후부_전력공기업_역할연구_중간보고_삼일회계_260618)
따라서 6월18일 당시 통합본사의 최종 입지까지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시 정부 용역이 이미 단순한 ‘통합 찬반’ 수준을 넘어 상당히 구체적인 구조개편 단계까지 진행됐다는 점이다.보고서는 발전5사 개편 대안으로 완전통합법인, 권역별 2~3개 독립법인, 통합지주회사 등을 검토했고, 발전5사의 기존 본사와 인력·조직을 통합 이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분석했다.
특히 구조개편 원칙 가운데 하나로 ‘정의로운 전환’을 제시하면서 태안·보령·고성·삼척 등을 석탄발전 폐쇄에 따른 고용·지역경제 영향지역으로 명시했다. 또보고서는 정의로운 전환의 대상으로 노동자뿐 아니라 발전소 소재지역의 세수와 산업 감소 위험까지 제시한다.태안으로서는 본사 유치 논리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이미 존재했던 셈이다.
그런데 태안의 움직임은 불과 60일
현재까지 확인되는 태안의 범군민 유치운동 흐름은 매우 빠르다.
7월1일 윤희신 군수 취임 → 7월14일 미래에너지과 추진계획 관련 움직임 → 7월21일 이복환 태안군개발위원장·문필수 화력발전폐쇄대책위원장 등 추진위 준비 관계자 면담 → 7월31일 범군민추진위원회 출범 시도 → 8월10일 추진위 회의 → 8월 말 5만5천명 서명 주장으로 이어진다.약 두 달이다.속도가 빠른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그 두 달 동안 어떤 정책분석이 먼저 이뤄졌느냐다.7월31일에는 60여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범군민추진위원회가 출범한다고 알려졌지만 당시 회의 진행과 실제 참여단체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후 8월10일에는 추진위 관계자 20여 명 등이 모여 정관과 추진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60개 단체 참여’ 역시 명단과 의결·위임 여부를 기준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타임라인으로 보면 20일만에 5만5천명 서명을 받은 셈이다.
정부가 공개한 구조는 훨씬 복잡했다
9월 들어 정부가 공개한 발전5사 통합 구상은 단순한 ‘서부발전 본사를 태안에 그대로 유지한다’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발전5사 본사 인력 약 2,400명 가운데 약 1,800명을 하나의 통합본사에 배치하고, 나머지 약 600명을 전국 3~4개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기존 화력발전본부는 발전소 운영과 안전을 위해 당분간 유지하는 방향이다.
더구나 기존 진주·보령·태안·부산·울산의 발전사 본사 건물은 각각 약 500명 규모여서 약 1,800명을 한 곳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측 판단이다. 통합본사 소재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안의 유치전은 처음부터 서명 숫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통합본사 예상 인원은 얼마인가. 기존 서부발전 사옥은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추가 청사가 필요하다면 부지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다른 발전사 본사 소재지역과 비교해 태안의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통합본사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지역재생에너지본부나 기존 조직을 어느 수준까지 태안에 남길 것인가. 등적어도 이런 분석이 서명운동과 병행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진설명: 10월 1일 국회의원회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 토론회 경상국립대 윤창술 교수 발표 장면]
10월 들어 입지경쟁은 더 복잡해졌다
10월1일 국회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논란과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통합본사 입지를 둘러싼 판단요소가 공개되면서 지역 간 경쟁이 단순한 서명전이 아님이 더욱 분명해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전문가 논의에서는 전력공기업의 기능, 지역균형발전, 기존 혁신도시 및 공공기관 이전정책과의 관계, 재정효율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앞서 정부 역시 통합본사 소재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전력공기업 위치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 영향, 정주·근무 여건 등을 검토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정책과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태안 역시 다른 후보지역과 동일한 비교표 위에 올라가게 된다.발전현장 접근성, 산업생태계와 전문인력, 기존 사옥 활용성, 신규 청사 비용, 정주·근무여건, 국가균형발전과 공공기관 이전정책과의 연계성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해야 한다.따라서 7월 범군민추진위원회 발족 이전 태안군이 이러한 조건을 어느 정도 분석했는지가 중요해졌다.
군수·담당부서·범추위가 같은 자료를 보고 있었나
본지가 현재 확인해야 할 또 하나의 쟁점은 정보의 공유 범위다.미래에너지과는 신임 군수에게 관련 현안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범추위 관계자들이 태안군의 해상풍력 1.4GW 관련 추진자료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대목은 관련 보고서와 결재문서를 통해 확인할 문제다.
특히 6월18일 삼일회계 중간보고서를 태안군이 언제 확보했는지, 윤희신 군수 취임 전후 어떤 분석보고가 이뤄졌는지, 그 분석이 7월14일 이후 추진계획과 7월21일 범추위 준비 관계자 면담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누가 범추위를 처음 제안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분석하고 어떤 대안을 가지고 범추위를 만들었느냐다.
5만5천명이 알아야 했던 ‘플랜B’
삼일회계 중간보고서는 발전공기업 구조개편에서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을 별도의 핵심 문제로 다뤘다.
보고서가 제시한 구조개편 4대 원칙에는 대규모 투자 실행력뿐 아니라 운영 효율성, 리스크 관리와 함께 석탄폐쇄에 따른 지역경제·고용 충격을 흡수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태안의 전략도 반드시 ‘통합본사 유치 성공’ 하나만을 전제로 할 이유는 없다.
1안은 통합본사 태안 유치, 2안은 지역재생에너지본부 유치, 3안은 기존 서부발전 본사시설과 핵심조직 최대 유지, 4안은 태안화력 폐쇄에 따른 일자리·세수·산업전환 대책처럼 복수의 시나리오가 필요했는지 검토할 수 있다.이것이 5만5천명에게 설명됐는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성일종 의원 법안도 하나의 수단...입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9월30일 성일종 의원은 발전5사를 통합한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고 주된 사무소를 태안군에 두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발전공사법」을 대표발의했다. 지역 유치운동 입장에서는 중요한 입법적 수단이다.
그러나 법안 발의 자체가 통합본사 입지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국회에는 태안 이외 지역을 본사 소재지로 명시하려는 법안들도 제출돼 있고, 정부 역시 통합본사 입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따라서 범추위 출범 → 5만5천명 서명 → 지역구 국회의원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는 사실과 실제 태안 유치 가능성을 평가하는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5만5천명” 이제는 행정의 책임을 묻는 숫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두고 “문제는 속도보다 사전분석”이라고 지적했다.범군민운동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5만5천명이라는 참여 규모는 오히려 태안 주민들이 석탄화력 폐쇄 이후 지역경제와 일자리, 기존 서부발전 본사 기능의 축소 가능성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행정의 책임도 그만큼 커진다.군민에게 무엇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는가.통합본사 규모와 인력, 청사 문제, 다른 후보지역과의 경쟁조건, 정부의 입지결정 절차, 태안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유치에 실패할 경우의 대안까지 검토한 뒤 서명을 요청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문제는 태안군의회에서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행정감시 사안이다.
서명보다 먼저 있었어야 할 것은 ‘분석표’
5만5천명의 서명을 받기 전 이미 질문은 나와 있었다.
윤희신 군수가 취임하기 13일 전인 6월18일 삼일회계법인의 중간보고서는 완전통합, 권역별 통합, 지주회사 등 복수의 거버넌스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고, 발전5사 본사와 인력 문제뿐 아니라 석탄폐쇄지역의 고용과 지역경제 충격까지 구조개편의 주요 과제로 다뤘다.
다만 이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최종안이 아닌 중간보고 DRAFT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기후부_전력공기업_역할연구_중간보고_삼일회계_260618)
그래서 더욱 태안군의 자체 분석이 중요하다.6월18일 이후 태안군이 작성한 통합본사 유치 타당성 분석, 후보지역 비교표, 청사·인력 수용계획, 정부 입지기준 분석, 범추위 보고자료와 유치 실패에 대비한 대안이 존재한다면 이제 공개하면 된다.
그 자료가 확인된다면 5만5천명 서명은 준비된 정책전략을 뒷받침한 주민운동으로 평가할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충분한 검토자료 없이 먼저 ‘통합본사 태안 유치’를 내걸고 대규모 서명운동을 진행했다면, 주민동원이 정책전략을 대신한 것은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결국 5만5천명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여기서 달라진다.
유치운동의 성과를 과시하는 숫자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그 숫자의 무게만큼 행정이 준비했던 전략과 대안을 공개할 것인가. 문제다. 즉 새 군정은 서명 숫자가 아니라 그 서명 뒤에 있었던 정책분석과 대안이 있었는가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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