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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마을회 8년 봉사자 판결은 끝났지만, 군지회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김점희 전 태안읍새마을부녀회장]

[기고] 새마을회 8년 봉사자 판결은 끝났지만, 군지회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태안읍새마을부녀회장으로 8년 동안 일했다.

새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봉사했고, 회원들과 함께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챙겼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행사를 준비하면서 몸이 힘들어도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견뎠다. 그런 내가 이제 새마을 조직과 피고인 A씨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나는 두 차례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무죄판결이 내가 겪은 일과 그 이후의 고통까지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법원도 A씨가 나에게 성적 동영상 링크를 전송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나의 의사에 반해 전송한다는 피고인의 인식과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나는 법원 판결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피해자로서 판결문에 모두 담기지 못한 경험과, 사건을 대하는 새마을 조직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A씨에게 그런 영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

나는 A씨에게 성적 동영상이나 그와 비슷한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평소 A씨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도 아니었다.

처음 링크를 눌렀을 때 갑자기 나타난 영상을 보고 당황했다. 곧바로 따지지 못한 나의 대응이 동의나 허락으로 해석되는 과정은 3년 내내 견디기 어려웠다.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당했을 때 모두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즉시 소리를 지르거나 항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람과의 관계, 가족에게 알려질 경우 생길 갈등, 주변의 시선도 생각해야 했다.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괜찮았거나 동의했다고 여겨지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다.

A씨는 2024년 3월 새마을 임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동영상 보낸 그 자체는 경솔했다”고 밝혔다. 배우자와 함께 우리 부부를 찾아와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고도 했다.

나는 묻고 싶다.

그때의 사과는 무엇이었는가. 나와 남편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자신이 인정했던 경솔한 행동과 상대방이 받은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인가.

제명할 때는 새마을회와 함께였지만 재판에서는 혼자였다

2023년 12월 3일 열린 임시회의에서는 나 한 사람의 일만 논의된 것이 아니었다. 여성 임원 3명과 관련된 성적 동영상 전송과 제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발언이 함께 거론됐다. 회의 참석자 10명은 A씨의 제명을 의결했다.

그러나 실제 고소와 재판 과정에서 나는 혼자 남았다.

회의에서 제명에 찬성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내가 경찰과 검찰, 법원을 오가는 동안 누가 내 곁을 지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여성 임원들의 사안이 제대로 조사됐는지, 그들에게 어떤 보호와 지원이 제공됐는지도 알지 못한다.

나는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항소심을 앞두고 다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추가 진술서와 변론재개 요청서도 제출했다. 검찰은 2026년 8월 27일 나와 통화했고, 8월 31일 나의 진술서와 요청서 등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9월 16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문에는 내가 추가로 제출한 진술과 무죄판결 이후 겪었다고 호소한 일들이 어떻게 검토됐는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법원이 내 말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 단정하지 않겠다. 다만 피해자인 나는 왜 다시 말하려 했는지, 왜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고 느끼는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군지회는 알고도 회원 보호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2023년 12월 3일 임시회의 결과는 군지회에도 보고됐다. 당시 사무국장도 사건 전반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협의회 차원에서 제명됐다. 그러나 군지회가 별도의 윤리위원회를 열어 여성 임원 3명의 사안을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피해자를 면담하거나 상담과 법률지원을 안내하고, 사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없었다.그런 군지회는 조직의 수익배분 문제를 지적한 다른 여성 임원의 문자에는 즉시 움직였다.

2024년 8월 농산물 판매사업의 수익금을 군지회 40%, 협의회와 부녀회 60%로 배분한다는 문자가 전달됐다. 이에 신정옥 당시 태안읍새마을부녀회장이 “우리가 앵벌이인가”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자 군 단위 부녀회는 닷새 만에 윤리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요구했다.

조직의 돈벌이와 수익배분을 문제 삼은 여성 임원의 문자에는 닷새 만에 윤리위원회를 열면서, 여성 임원 3명이 호소한 성적 언동 사안에는 왜 군지회 차원의 조사와 보호절차가 없었는가.

군지회는 회원의 비판을 징계할 권한은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회원을 보호할 책임에는 왜 침묵했는가.

새마을 조직이 지켜야 할 ‘품위’와 ‘명예’는 조직의 수익배분을 비판하지 않는 데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여성 회원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활동할 권리도 조직이 지켜야 할 명예가 아닌가.

무죄가 상대방을 공격할 권리는 아니다

무죄판결은 피고인의 형사상 고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그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무죄판결이 피해를 호소한 사람과 제명 의결에 참여한 사람들을 공격할 권리까지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심 무죄판결 이후 A씨가 나와 사건 관계자들을 무고로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 내용은 내가 검찰에 제출한 추가 진술에도 포함됐다.

누구든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이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두려움을 주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사과할 때는 잘못과 경솔함을 말하고, 무죄판결 뒤에는 피해를 호소한 사람들을 고소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느 모습이 진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A씨에게 형사판결을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보낸 링크와 당시의 사과가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돌아보고, 더 이상 피해자와 사건 관계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새마을의 각성이다

나는 8년 동안 태안읍새마을부녀회장으로 일했다. 그래서 새마을 조직의 장점과 문제점을 모두 알고 있다.

많은 회원이 이름 없이 봉사하고 있다. 마을 행사가 열리면 음식을 준비하고, 농산물을 판매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기 시간과 노동을 내놓는다. 그러나 헌신만 요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에게 징계로 답한다면 그것은 봉사조직의 모습이 아니다.

조직의 명예는 문제를 덮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일이 제기됐을 때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내부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로소 지켜진다. 태안군새마을지회에 요구한다.

2023년 12월 임시회의 결과를 언제 보고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여성 임원 3명의 사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밝혀야 한다. 다른 여성 임원 2명을 조사하거나 보호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농산물 판매수익 가운데 군지회가 40%를 배분받도록 한 근거와 회계처리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그 구조를 비판한 여성 임원에게 닷새 만에 해임을 요구한 것이 과연 공정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나는 새마을을 무너뜨리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이 진정한 봉사단체로 다시 서기를 바라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회원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비판하는 사람을 배척하지 않으며,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회원을 혼자 남겨두지 않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판결은 끝났을지 모른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석에 앉은 A씨를 일어나라고 하며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니 2차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답변을 구했다. A씨는 즉각 '네'라며 다짐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상처와 조직의 책임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반면 이제 태안군새마을지회가 답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지,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을 다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내가 8년간 새마을에 몸담고 봉사했던 사람으로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각성을 성명서로 답변해야 한다. 

[김점희 전 태안읍새마을부녀회장]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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