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남열 기자]민선 9기 윤희신 태안군수가 내세운 ‘안정된 질서’가 단순한 행정의 연속성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전임 군정의 정책 가운데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질서 있는 개혁’을 의미하는지 시험대에 올랐다.
시험대에 오른 사안은 다름 아닌 태안군 최대 규모 개발정책 가운데 하나인 해상풍력이다.
가세로 전 군정에서 장기간 추진된 해상풍력 1.4GW가 윤희신 군수 취임 직후인 7월 24일 ‘발전5사 통합본사 태안유치’ 당위성 문건에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1일 취임식 당일 윤희신 군수실 축하 장면]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 직전인 7월 8일 한국서부발전과 싱가폴(Vena Energy), 덴마크(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CIP) 등과 태안해상풍력(주)와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한 이후 나타난 일련의 시간표였다.
7월 14일 미래에너지과를 중심으로 통합본사 유치 추진위원회 구성 움직임이 나타났고, 21일 전후 QR코드를 이용한 주민서명이 확산됐으며, 24일에는 이장단협의회에 송전망 6.1GW·태양광 1.6GW·대규모 해상풍력 1.4GW를 통합본사 유치 당위성으로 제시한 자료가 배포됐다.
이어 31일 ‘발전5사 통합본사 태안유치 범군민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불과 20여 일 사이 벌어진 일이다.
가세로 군정의 1.4GW, 왜 새 군정에서 다시 등장했나
1.4GW라는 숫자는 우연히 만들어진 수치로 보기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3월 조건부 지정한 태안해상·가의해상·서해해상 등 태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의 최대 발전용량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윤희신 군수가 해상풍력에 찬·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임 군정에서 설계·추진된 대규모 에너지정책이 어떤 검증과 인수인계를 거쳐 새 군정의 정책자료에 편입됐는가가 핵심이다.
특히 김기만 미래에너지과장은 가세로 군정 당시부터 해상풍력 사업 실무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그런 미래에너지과가 새 군정 출범 직후 해상풍력 1.4GW를 ‘통합본사 태안유치’의 에너지전환 당위성으로 다시 제시했다면, 적어도 새 군수에게 언제, 무엇을, 어떤 근거로 보고했는지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행정의 책임성이다.
그런데 ‘범군민’ 추진위는 “우리와 협의한 적 없다”
문제는 여기서 더욱 복잡해진다.
8월 10일 오후 태안군개발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태안군전피해민대책위원회 박승민 사무총장이 이 문제를 직접 질의했다.
태안군이 7월 24일 이장단협의회에 제시한 통합본사 유치 당위성 가운데 태양광 1.6GW와 해상풍력 1.4GW 계획을 추진위원회와 협의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복환·문필수 공동위원장은 해당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고 사전에 협의한 사실도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추진위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것은 발전5사 통합본사 태안유치이며, 태양광 1.6GW나 해상풍력 1.4GW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주민서명 역시 통합본사 유치 목적으로 추진위원회가 관리하고 정부 관계기관에 제출할 것이며, 태안군이 다른 에너지사업을 위한 동의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질문은 오히려 간단해진다. 추진위원회와 협의하지 않은 3GW 15조 규모의 에너지사업을 누가 ‘범군민 통합본사 유치’의 당위성에 넣었는가.
7월 8일에서 24일까지, ‘16일의 행정’을 공개하라
이번 사안은 추측으로 풀 일이 아니다. 결재문서와 보고자료를 공개하면 상당 부분 확인된다.
▶ 7월 8일, 서부발전·Vena·CIP 등의 태안해상풍력 JDA.
▶ 7월 14일, 미래에너지과를 중심으로 통합본사 유치 추진위 관련 움직임.
▶ 7월 20~21일, 기관·단체 및 SNS 등을 통한 QR 서명운동 확산.
▶ 7월 24일, 이장단에 송전망 6.1GW와 태양광 1.6GW·해상풍력 1.4GW를 제시.
그 기간은 불과 16일이다.
따라서 이 16일 동안 미래에너지과가 작성한 내부보고서, 군수 보고자료, 서부발전 및 사업자와의 협의문서, 추진위원회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 된다.
윤희신 군수가 해당 정책을 직접 승인했다면 승인 근거가 나올 것이고, 보고받지 않았다면 어째서 군수도 모르는 대규모 정책구상이 대정부 유치논리로 제시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새 군정이 정리해야 할 문제다.
첫 번째 질문 윤 군수는 1.4GW를 언제 보고받았나
윤희신 군수에게 첫 번째로 묻는다.
취임 전 또는 취임 이후 가세로 군정에서 추진된 해상풍력 1.4GW에 대해 어떤 인수인계 보고를 받았는가.
사업규모, 외국계 사업자의 참여구조, 주민수용성, 어업피해, 군 작전성 문제, 정부의 조건부 지정 내용 등이 각각 보고됐는지도 밝혀야 한다.
단순히 “전임 군정부터 추진된 사업”이라는 설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새로운 군수가 이를 계속 추진한다면 그 순간부터 새 군정 역시 정책적 판단의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 7월 8일 JDA 전후 무슨 협의가 있었나
두 번째는 한국서부발전 및 민간 사업자와의 관계다. 시민단체는 발전사에 정보공개요청을 했다. 이 문제는 윤 군수가 풀어야할 문제다. 누가 되었든 공개문건 우선 순위에 따라 문제는 달라진다.
7월 8일 JDA 체결 전후 태안군 미래에너지과가 서부발전 또는 Vena·CIP 등과 협의한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회의 일자와 참석자, 협의사항을 공개하면 된다.
특히 그로부터 불과 16일 뒤 태안군 공식자료에 해상풍력 1.4GW가 통합본사 유치 당위성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두 사안 사이의 정책적 연결 여부는 확인 대상이다.
현재 확보된 자료만으로 JDA와 추진위 구성이 사전에 연계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문서 공개가 필요하다.
세 번째 질문 7월 14일 추진위 구성은 누구의 정책 판단이었나
세 번째 질문이다.
7월 14일 미래에너지과를 중심으로 시작된 통합본사 유치 추진위원회 구성 움직임은 누구의 지시 또는 어떤 내부계획에 따른 것인가.
민간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운동이었다면 민간단체의 최초 제안서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행정이 먼저 조직구성과 방향을 설계한 뒤 민간단체에 참여를 요청했다면 그 최초 기획문서가 있을 것이다. ‘범군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만큼 그 출발점부터 투명해야 한다.
네 번째 질문 3GW 문건, 누가 작성하고 누가 결재했나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7월 24일 이장단협의회에 배포된 문건에 ‘송전망 6.1GW·태양광 1.6GW·해상풍력 1.4GW’를 삽입한 사람은 누구인가. 작성자뿐 아니라 검토자와 결재권자를 공개해야 한다.
왜냐하면 민간 추진위 공동위원장들이 8월 10일 “우리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수십억 원도 아닌 수조 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에너지정책을 민간 추진위와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본사 유치 당위성’으로 주민들에게 제시했다면 그 정책결정 과정 자체가 검증 대상이다.
다섯 번째 질문 QR 주민서명은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마지막은 주민의 동의다.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확산된 QR 주민서명의 최초 제작·배포 주체는 누구이며, 수집된 개인정보와 서명은 정확히 어디에 제출되는가.
이 질문은 특히 중요하다. 8월 10일 추진위가 밝힌 입장대로라면 해당 서명은 오직 발전5사 통합본사 태안유치에 사용돼야 한다.
따라서 해상풍력 1.4GW, 태양광 1.6GW 또는 집적화단지 주민수용성 자료로 직·간접적으로 전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추진위의 입장이다.
태안군 역시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혀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윤희신의 ‘질서’란, 전임 군정의 오류까지 안정시키라는 뜻은 아닐 것
새 군정에 행정의 연속성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행정의 연속성과 정책의 무비판적 승계는 다른 문제다.
전임 군정이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할 필요도 없고, 전임 군정의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폐기할 이유도 없다.
필요한 것은 검증이다. 법적 절차를 지켰는가. 경제성이 있는가. 무엇보다 주민수용성은 실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했는가.
환경·어업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국가 에너지정책과 부합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새 군수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판단했는가. 이 다섯 가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혁의 첫 신호탄은 ‘사람 교체’보다 문서 공개
윤희신 군수가 취임한 지 14일만에 착수된 사건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전임 군정의 모든 정책적 책임을 신임 군수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반대로 이제부터 드러나는 문제를 “전임 군정에서 하던 사업”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하는 것 역시 새 군정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윤 군수의 ‘안정된 질서’가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숨기지 않는 것이다. 전임 군정의 전철을 밟아서도 안된다.
전임 군정으로부터 넘겨받은 해상풍력 관련 인수인계서를 공개하고, 7월 8일부터 24일까지 미래에너지과가 군수에게 올린 보고자료를 공개하고, 통합본사 추진위 최초 기획문서와 3GW 문건의 결재라인을 공개하면 된다.
잘못이 없다면 오히려 행정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을 끝낼 수 있다. 잘못된 절차가 발견된다면 바로잡으면 된다. 그것이 새 군정의 존재 이유다.
“승계했습니까?”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따라서 본지는 아직 윤희신 군수가 가세로 군정의 해상풍력 사업을 ‘승계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지난 8년간 숨죽인 어업인을 대신해 묻는다.
가세로 전 군정이 장기간 추진한 해상풍력 1.4GW는 어떻게 윤희신 군수 취임 24일 만에 ‘발전5사 통합본사 태안유치’의 대정부 당위성으로 다시 등장했습니까?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묻는다.
그 결정은 윤희신 군수의 정책판단이었습니까, 미래에너지과의 실무기획이었습니까, 아니면 서부발전·민간사업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입니까?
답은 주장이나 해명이 아니라 문서에 있을 것이다. 민선 9기 윤희신 군정을 선택한 군민은 ‘생활형 질서’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답해야 한다. 전임 군정의 관성을 유지하는 안정인지, 잘못된 절차를 걷어내고 행정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질서인지도 이 문서를 공개하는 순간부터 판가름날 것이다.
민선 9기 개혁의 신호탄은 거창한 신규사업이 아니라, 전임 군정에서 넘어온 1.4GW 해상풍력 사업의 어두운 실체를 군민 앞에 투명하게 펼쳐놓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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