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남열기자]지난 4월 가세로 태안군수 송치사건 발생, 15일 이주영 부군수 성추행 의혹 수사착수 사건이 네이버 구글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면서 이들의 직무 8년, 2년 홍보기사의 진실 공방 문제가 소환되고 있다.

15일 충남경찰청 수사팀은 태안군을 방문 성추행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는 기미를 알렸다. 연이어 23일 충남도는 이주영 해양수산국장을 직위해제했다. 이임식 직후 불과 15일 만에 벌어진 사태다.
위 일련의 단축 타임라인만으로도 탁월한 공직자의 민낯이 확연히 드러났다. 공보실의 치적 홍보 기사는 검증은 사라졌고 연간 20억 상당액의 광고비에 종속된 언론사의 무취재 기사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방증이다. 언론사가 기관 광고비 의존 구조 속 ‘받아쓰기 기사’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정설이 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미디어 리터러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방송》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이 화면과 기사에 나타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출처와 맥락, 생산 목적을 구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해 왔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언론의 정확성·객관성 및 권력 감시 기능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도 지속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오늘날 지방행정과 지역언론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시민에게 분별력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언론과 행정기관은 시민이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정직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한 숙제다.
군수 부군수의 ‘탁월한 행정력’이라는 문장은 누가 추출하고 검증했나
지방자치단체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일정한 문법이 있다. “탁월한 업무추진력”, “풍부한 행정경험”, “직원들의 신망”, “군민의 신뢰”, “적극적인 현장행정”,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문제는 이러한 문장이 객관적 평가인지, 기관 내부에서 작성한 자기홍보인지 비공식적으로는 허위가 인정될 수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선별하기는 쉽지 않다.
태안군은 특정 고위공직자의 취임 1주년과 이임에 맞춰 매번 업무추진력과 전문성, 군민 신뢰, 군정 성과를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국이 공통 현상으로 읽혀진다.
반면 일부 언론은 이를 별도의 반론이나 검증(취재) 없이 동일 내용을 기사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인사인 군수의 송치 및 부군수 재직 당시 부하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됐다는 보도가 뒤따르면서, 과거의 모범 공직자 홍보와 현재의 수사 사실 사이에 큰 간극이 확인된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한 “군민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는 어떤 조사와 검증을 거쳐 작성됐는가는 의문이다. 기관이 스스로 만든 평가를 언론이 그대로 옮겼다면, 그것은 기사 형식을 갖춘 홍보물에 가깝다.
보도자료는 공식 문서지만 객관적 진실은 아니다
보도자료는 행정기관의 공식 입장이다.그러나 ‘공식’이라는 말이 곧 ‘객관적’ 또는 ‘완전한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관에 유리한 성과는 확대하고, 논란과 실패, 내부 갈등, 감사와 수사 사실은 축소하거나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의 보도자료에는 최소한 다음 질문이 따라붙어야 한다.
누가 작성하고 승인했는가. 평가의 근거자료가 존재하는가. 반대되는 사실이나 논란은 없었는가. 이해당사자의 다른 의견은 확인했는가. 기사와 홍보물의 경계를 독자에게 알렸는가.
이러한 검증 없이 기관 문장을 제목과 본문으로 옮기면 행정기관은 언론의 외형을 빌려 자기평가를 마치 객관적 사실처럼 유통시키면서 시민들에게 가짜뉴스로 인식할 수 있다. 정부기관의 불신은 이 지점에서 꽈리를 튼다.

기관 홍보비에 종속된 생계형 기사
지역언론의 보도자료 의존은 기자 개인의 성실하다는 구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만인에게 적용된다. 말은 말뿐이다. 행동의 연속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지역신문과 인터넷언론의 상당수는 구독료나 콘텐츠 판매수익보다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회·공기업의 광고와 홍보비에 의존한다.
취재 인력은 부족하고, 행정기관은 매일 완성된 기사 형태의 보도자료와 사진을 제공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지면과 인터넷 공간을 채울 수는 있다. 이 구조가 고착되면 다음과 같은 악순환이 발생한다.
기관 보도자료 배포 → 언론사의 무비판적 게재 → 기관의 광고·홍보비 집행 → 비판 보도 위축 → 다시 홍보자료 확대 등 광고를 집행하는 기관과 광고를 받아 운영하는 언론 사이에서 권력의 감시 기능은 약해진다.
형식상 언론사는 독립돼 있지만, 재정적으로는 취재 대상에게 의존하는 모순이 오늘날 형식이다.
대기업과 자본의 언론 소유도 같은 문제
언론의 종속은 지방정부 홍보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각종 자본이 신문·방송·온라인 매체의 소유와 경영에 영향력을 확대하면 기사와 광고, 취재와 기업 홍보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특정 사업을 비판해야 할 언론이 해당 기업의 광고를 받고 있거나, 계열·관계회사의 이해와 연결돼 있다면 독자는 기사의 생산 배경을 알기 어렵다. 이때 ‘가짜’는 완전히 꾸며낸 허위기사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관 홍보기사는 가짜 뉴스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사실 일부만 선택해 전체인 것처럼 보여주는 기사, 이해관계를 숨긴 홍보성 기사, 불리한 정보를 고의로 누락한 기사도 시민의 현실 판단을 명백히 왜곡한다.
사실을 말하면서도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오늘날 홍보형 기사의 가장 큰 위험이다.
공직윤리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공직윤리 강화, 청렴교육 확대, 성비위 예방교육, 행동강령 개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만 늘린다고 공직사회의 윤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를 공익의 수탁자가 아니라 권한과 지위를 가진 성공한 개인으로 평가하고, 성과와 인맥, 승진과 예산 확보만을 능력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면 윤리교육은 형식에 그칠 수 있다.
법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 조직에 이익이 되면 절차적 문제는 덮을 수 있다는 태도, 돈과 권력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풍토가 공직사회에 퍼질수록 도덕적 판단은 후순위로 밀린다. 따라서 공직윤리 검증은 교육 횟수보다 다음 항목으로 평가해야 한다.
실제 민원 처리 태도, 이해충돌 여부, 약자와 부하 직원에 대한 행위, 예산과 권한 사용 과정, 감사·징계·수사 이력, 문제 발생 후 기관의 대응으로 평가한 국민권익위는 태안군을 전국 자치단체 중 하위로 꼽았다. 한마디로 꼴찌 그룹이다.
대다수 군민들은 진태구 전 군수로부터 시작된 지적 가치 없는 특채 공직자 채용, 이들이 현재 책임 관리직에 있는 상황에서 좋아질리 없다는 좌절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태안군 공직 절반이 특채라는 설을 제기한다.
같은 공직자 누구는 즉시 직위해제, 누구는 대법원까지 기다린다
수사 개시 직후 직위해제되는 공직자가 있는 반면, 음주 사고 및 피의자 신분 전환 후에도 읍장으로 수산산업과로 영전하는 등 기소되거나 하급심에서 유죄가 선고돼도 최종심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직무를 유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사건의 성격과 직무 관련성, 증거인멸이나 2차 피해 가능성에 따라 조치는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서 기준이 달라 보인다면 시민은 이를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와 조직 내 힘의 차이로 받아들일 정도다.
따라서 충남도와 태안군은 개별 사건에 대한 인사 조치뿐 아니라 다음 기준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수사 개시 통보 시 직위해제 기준, 성비위 사건의 업무배제 원칙, 기소·1심·항소심 단계별 인사기준, 선출직과 일반직 공무원 간 기준 차이,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방지 조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말로만의 선언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는 사실을 행정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판단 자료를 잃어버린 시민들
공보자료는 행정성과만 보여주고, 언론은 광고에 의존해 이를 반복하며, 공직기관은 사건마다 다른 기준으로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선거와 정책, 개발사업, 공직자 평가에 필요한 균형 잡힌 정보를 얻지 못한다.
기관이 제시한 이미지와 실제 행정 사이의 차이가 뒤늦게 드러날 때 시민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실망이 아니다. 행정과 언론 전체에 대한 불신감은 이미 팽배해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사실에 근거한 보도조차 믿지 않게 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정치적 선동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결국 홍보성 보도의 누적은 기관 한 곳이나 언론 한 곳의 평판에 그치지 않고 지역공동체 전체의 판단 능력을 약화시킨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책임을 시민에게만 돌리지 말라
미디어 리터러시는 시민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이다. 그러나 시민에게만 “가짜뉴스를 구별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행정기관과 언론사는 우선 다음과 같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첫째: 보도자료는 보도자료라고 밝혀야 한다.
둘째: 기관의 평가는 객관적 사실과 구분해야 한다.
셋째: 광고와 협찬의 이해관계를 공개해야 한다.
넷째 공직자의 성과와 논란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기관에서는 같은 크기와 비중으로 정정해야 한다.
언론 또한 무취재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마치 취재 기사인양 노출해서는 안된다. 시민의 분별력은 투명한 정보가 제공될 때 작동할 수 있다.
생산자가 사실을 선택적으로 감추면서 독자에게만 현명해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책임의 전가다. 물론 가세로 군수의 송치 이번 이주영 전 태안부군수 관련 수사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 결과와 별개로, 과거 기관의 공보자료가 가공한 ‘모범 공직자’ 이미지와 재직 중 제기된 논란 및 수사 사실 사이의 간극은 지방행정 홍보와 지역언론 보도의 구조적 카르텔 문제를 보여주었다.
과거 기사가 당시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작성됐다면 이를 사후적으로 모두 가짜뉴스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객관적 근거 없는 찬사와 기관의 일방적 평가를 언론이 아무런 검증 없이 반복했다면, 그것은 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저널리즘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보이지 않도록 가린 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시민에게만 가짜뉴스를 구별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공보자료와 언론사의 홍보형 기사부터 출처·근거·이해관계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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