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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은 엄정해야 하지만, 자비를 잃어서는 안 된다


  ▲송원배 혜능국제불교대학 학장.

▲송원배 혜능국제불교대학 학장.

[전남광주타임뉴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국가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국가는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정교분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종교적 신념이나 사회적 여론이 아니라 오직 법률과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법은 특정 종교에 대한 호감이나 반감에 의해 적용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객관적인 사실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

불교 역시 질서와 책임을 중요하게 여긴다. 불교는 인과(因果)를 통해 모든 행위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따른다고 가르친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불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과와 함께 자비(慈悲)를 가장 높은 덕목으로 제시한다. 자비는 잘못을 덮거나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려는 마음이다.

최근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의 구속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95세의 초고령인 피의자가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바라볼 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감정이 아니라 헌법과 형사사법의 원칙이다.

우리 헌법과 형사사법 체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누구도 범죄인으로 단정돼서는 안 된다.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법원의 최종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언론 역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룰 때 사실에 근거한 보도와 절제된 표현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불교는 중도(中道)를 강조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가르침이다. 법 집행에서도 엄정함과 인권, 책임과 자비, 정의와 생명의 가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야말로 중도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법이 엄정해야 한다는 원칙과 인간의 존엄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결코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

또한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구속은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의 위험 등 법률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적 강제처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정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특히 초고령자나 중대한 건강상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연령과 건강 상태, 도주 가능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의 필요성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과 인권 보장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이제 곧 첫 재판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언론과 사회는 또다시 다양한 평가와 논쟁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재판은 여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법과 증거에 따라 이뤄진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죄를 기정사실화하거나, 반대로 무죄를 단정하는 태도 모두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 법치주의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 위에 서 있다. 불교가 말하는 자비는 법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이 인간을 위한 제도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도록 하는 가치이다.

송원배 혜능국제불교대학 학장



오현미 기자 오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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