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선진국 궤도에 오르기 전 인구 절벽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베트남 정부는 동남아 지역 최초로 전국 단위의 현금성 출산 지원금과 휴가 연장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베트남 정부, 파격적인 인구법 시행령 발효, 현지 매체인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과 베트남넷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전국 출산 지원금 지급과 부모 휴가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인구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시행했다. 기존에 호찌민, 다낭 등 일부 지방정부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전국 단위의 국책 사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35세 이전에 둘째 자녀를 낳는 여성과 출산율이 낮은 지역 거주자, 소수민족 여성 등은 출산 시 1인당 최소 200만 동(약 11만 8,000원)의 현금 지원금을 받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독박 육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다 둘째 자녀를 출산한 여성의 출산휴가는 기존 6개월에서 7개월로 늘어났으며, 남편의 출산휴가 역시 종전 5일에서 10일로 두 배 확대됐다. 아울러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임신부 4대 질환 및 신생아 5대 선천성 질환(선천성 심장 기형 등)에 대한 국가 검사 지원도 대폭 강화됐다.
합계출산율 1.93명에 발칵… "선진국 되기 전에 늙는다" 중진국의 공포,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가 이처럼 다급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의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파르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계청(GSO) 집계 결과, 작년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1.93명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저치였던 2024년(1.91명)보다는 미미하게 반등했으나, 인구 유지를 위한 대체출산율인 2.1명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베트남은 최근 8%가 넘는 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1인당 GDP는 여전히 5,000달러(약 777만 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도 전에 고령화가 완료되는 이른바 '늙은 중진국'의 덫에 걸릴 위험이 커진 것이다. 세계은행(WB) 역시 베트남이 성장 둔화라는 파국을 맞이하기 전에 개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지난 1988년부터 유지해 온 '가구당 2자녀 제한 정책'을 작년에 공식 폐지한 데 이어, 다자녀 가구에 공공주택 우선 입주권을 주는 등 출산 장려 정책으로 완전 선회했다.
"월급 59만 원에 아이는 사치"… 뼈 때리는 청년들의 냉소, 한국과 판박이,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현장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근본적인 삶의 질 개선 없이 일회성 현금이나 단기 휴가 지원만으로는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노이의 한 매장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한 달에 약 380달러(약 59만 원)를 버는 청년 쩐 민 아인(24) 씨는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이를 전혀 낳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녀는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압박이 너무 크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돌볼 수 있겠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팜 티 란 베트남 인구개발국장 역시 이번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금 지원과 같은 일회성 대책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어 "높은 주거비와 육아비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부모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단순한 수당 지급을 넘어선 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안전망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자의 시각] 1.93명도 발등에 불 떨어진 베트남, '0.6명대'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출산율 1.93명인 베트남 정부조차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출산 정책을 뜯어고치며 청년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주거비와 팍팍한 삶의 무게를 덜어주지 못하면 그 어떤 정책도 실패한다는 베트남 청년의 외침은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대한민국, 그리고 당장 청년 정착을 외치면서도 수백억 원짜리 건물 짓기식 토목 행정에 매몰되어 있는 국내 지자체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서글픈 글로벌 현실이다. 타임뉴스 취재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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