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을 모두 차지했다. 대전 지역 국회의원 7석도 모두 민주당이다. 대전시의회는 22석 가운데 20석, 5개 자치구의회는 63석 가운데 38석을 민주당이 확보했다. 여기에 중앙정부도 민주당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치적 방향이 어느 때보다 일치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정치 지형은 민주당에는 더없이 유리한 조건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더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방정치에서는 익숙한 설명이 반복됐다. 정부와 당이 달라 국비 확보가 어렵다는 말, 의회의 협조가 부족해 사업이 지연됐다는 말, 지역 국회의원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말이 정책 추진의 배경으로 제시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 대전에서는 그런 설명이 시민을 설득하기 어려워졌다.
정치적 협조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미루기에는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기반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외부 환경보다 집권세력의 추진력과 실행력으로 평가받게 됐다.
물론 권력이 한곳에 집중됐다고 해서 모든 정책이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경제와 재정 여건, 법률과 제도, 사회적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다.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권력의 규모가 아니라 권력을 통해 만들어낼 변화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견제를 포기해서가 아니다.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더 큰 책임을 요구한 선택으로 읽는 것이 맞다.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이번 대전의 정치 지형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동시에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야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압도적인 다수는 정책 추진의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내부 비판과 토론이 사라지는 순간 독선으로 흐를 위험도 커진다. 의회의 역할은 집행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다수당일수록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더 엄격하게 검증하며,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앞으로 시민은 정치적 수사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민생경제 회복, 도시철도와 교통 현안, 청년 정착, 지역 균형발전처럼 삶을 바꾸는 정책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민선 9기 대전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동시에 누구도 대신 책임져 줄 수 없는 정치적 환경도 함께 시작됐다.
권력은 시민이 선거를 통해 맡긴 것이다. 그 권력의 가치는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이제 대전에는 더 이상 변명의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 시민이 민주당에 맡긴 것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며, 4년 뒤 시민은 그 책임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를 가장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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