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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아닌 성장의 무대, 2026 ILRC가 남긴 것들에 대하여_기고문



 '우리가 가르치는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가.' 교단에 선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질문은 여전히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강의실 안에서 완성된 이론이 실제 산업의 복잡함 앞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이번 대회 현장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 사이를 직접 걸어 다니며 그들이 무엇과 씨름하고 있는지를 가까이서 보고자 했다.

  캠퍼스 한쪽에서는 밤새 짠 코드가 막상 장비에 올리자마자 오작동을 일으켜 팀원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팀이 환호를 터뜨리고 있었다. 상장보다 그 순간들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와 돌파를 반복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이 대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물류 자동화 분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 배운 기술이 3년 후에는 이미 구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진짜 자산은 특정 기술의 숙달이 아니라,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무너지지 않고 해답을 찾아가는 힘이 아닐까. 이번 대회에서 각 팀에게 주어진 미션은 바로 그 힘을 시험하는 장치였다고 나는 본다.

  특히 이번 대회가 국내에서만 열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내게는 각별하게 다가왔다. 중국 선전에서 열린 해외 리그에서 NGUYEN BRUCE(폴란드 국적)라는 이름의 젊은 참가자가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가 만들어 온 이 무대가 얼마나 넓게 뻗어 있는지를 새삼 실감했다. 언어도, 교육 환경도 다른 학생이 같은 기준 위에서 겨루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기술이 가진 보편성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관상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거머쥔 팀들, 그리고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수십 개의 팀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동시에, 수상하지 못한 팀들이 대회를 마치고 짐을 챙기며 나누었을 대화들이 어쩌면 더 값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는 말 한마디가 훗날 산업 현장을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으니까.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가 이 대회의 무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우리 구성원 모두에게 단순한 자부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구와 경북 지역이 로봇과 스마트 물류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실과 강의실이 산업 현장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캠퍼스의 사명이며, ILRC는 그 사명을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틀간의 대회가 끝나고 캠퍼스가 다시 조용해졌지만, 나는 그 열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가했던 학생들 각자의 가슴속에,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았던 우리 교수진의 마음속에 조용히 남아 다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열기를 강의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오늘 현장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학생들과 나눌 것이다. 그것이 이 자리에 있었던 교수로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솔직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 필자 소개

안영휘 |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 스마트물류 교수

AI·빅데이터 분석 분야 / 2026 ILRC 국제물류로봇경진대회 기획·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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