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현수막정치, 그 위선의 끝은 어디”
나정남 | 기사입력 2015-09-01 17:00:07

【타임뉴스 = 나정남】 현수막정치. 과거 잘못된 선거문화의 한 단면이었던 ‘현수막정치’라는 말이 근래들어 낯설지 가 않다. 이상한 일이다. 왜일까. 현수막정치라는 말은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보여주기식 겉치래에 치중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일 하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크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된 행동 정도로 규정하면 될 듯하다. 과거 의 일부 정치인들이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내용을 부풀리고 포장해서 현수막으로 알린다 해서 속칭 ‘현수막정치’로 이야기 하곤 한다. 그런데, 지나간 과거의 단어처럼 여겨졌던 ‘현수막정치’가 최근 오산정가를 달구는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중이다. 

▲ 정치인들부터 법규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오산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 추진중인 ‘유엔 초전기념 평화공원 조성사업과 관련, 100여개 정도로 추정되는 현수막이 오산시 주요 도로에 나 붙으며 ’갑론을박(甲論乙駁)의 단초가 됐다. 이 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6월 첫 국회 세미나를 거쳐 현재 촉구결의안이 나온 정도의 초기단계다. 예산확보 등 아직은 갈 길이 먼 사업중 하나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은 ‘설익은 땡감’에 비유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산은 지금 초전기념 평화공원이 당장 내일이라도 문을 열 것 같은 분위기다. 게다가 현수막에는 지역의 특정업소 명의로 이를 환영한다는 문구로 대량 제작, 홍보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특정업소들은 대부분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 말한다. 명의도용과 선거법 위반 등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지역 정가에선 특정한 정치 집단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획한 일이라고 말한다. 현직 정치인 한 개인의 분별없는 ‘자랑질’ 정도로 폄하는 분위기다. 대단한 치적인양 포장하고,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내년 20대 총선을 불과 8개월 앞둔 오산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어서 사전 선거운동 아니냐는 의심과 불신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오산지역의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이에 동의, 자신들의 비용부담으로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 걸었겠는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이것이야 말로 위선적인 행동이며, 침소봉대 아니겠는가. 이를 두고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하면 욕될 일인가.

오산에서 ‘현수막정치’란 말이 낯설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수년간 이러한 형태의 ‘현수막정치’로 인한 지역민간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서울대치과병원 유치 양해각서(MOU)체결을 홍보하는 100여개의 현수막이 나붙으며 문제가 된 것을 비롯, 2011년 한류타운 추진 관련 현수막, 오산버스터미널 환승센터 건립 등 법과 규정을 어겨가며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한 건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불법적 행태들이 눈앞에서 버젖이 벌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의 지체 높으신 어른들 눈치 보느라 손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 아니었나.

차제에 선관위를 비롯 지역의 관계당국은 이의 적법성을 따지고, 그 책임을 묻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참에 공직자의 자질과 처신의 중요성, 나아가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자질과 사회적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로마 전설적인 귀족출신 정치인 루비우스 큉크티우스 킨킨나투스(519BC-438BC)의 일화는 귀감이 될 만하다. 그는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로마군을 자신의 농삿일도 포기한 채 달려가 구하며,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이후 로마의 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영웅 칭호를 받았지만, 독재관 신분을 포기하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겸손, 직에 연연하지 않는 물러날 줄 아는 훌륭한 지도자로 불렸으며, 로마가 지향하는 가치로 자리 잡았다. 지도자들은 성실하게 살았고, 팔을 걷어붙이고 일했으며, 가난을 명예로 생각하고 불평하지 않았다 한다. 높은 지위와 권력을 추구하기 보다, 누가 그런 것들을 갖다 줘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런 지도자상이 자리잡게 된데 크게 기여했단다.

우린 주변은 어떤가. 시민에게 겸손하지 못하고, 부족한 자신을 포장해 덧칠해서 겉만 보여 주려하는 인사를 흔히 보아오지 않았던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정직하게 대의를 좆는 지도자, 그런 정치인을 그리워하는 것이 그리 큰 욕심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류의 정치인들이 우리 주변엔 흔치가 않다. ‘현수막정치’라는 우리사회의 기형적 행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찹하다. 로마의 영웅 킨킨나투스와 대비되는 이 시대의 지도자상을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그려줘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오산시민 김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