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문화재는 넘치고, 영주시는 활용에 대한 숙고가 더 필요한 시점
김수종 | 기사입력 2018-06-28 14:39:23

[영주타임뉴스-김수종 기자]나는 보통 지인들과 영주여행을 가면 어떤 순서로 갈까? 먼저 가흥동 마애삼존불상을 보러간다. 사실 여기에 가는 이유는 불상보다는 아래에 있는 선사시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서다.

꽃게와 물고기 모양과 암각화는 영주에 수만 년 전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다. 또한 영주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표식이기도 하다. 이곳이 내가 생각하는 영주여행의 시작점이다. 선사시대 암각화를 본 다음, 인근에 있는 삼판서고택으로 간다.

조선 첫 영의정이며, 조선을 신하의 나라로 만든 삼봉 정도전선생의 집이다. 이곳에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정신, 영주의 선비 정신이 숨어있는 곳이다.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이제 순흥으로 간다. 소수박물관 내부에 있는 삼국시대의 불상인 국보 78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을 본다.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지만, 원래 영주에 있던 것이다. 우리 금동반가상 가운데 최대 걸작이며, 순흥 초암사에서 봉안되어 있던 보물이다. 머리에는 보탑이 장식된 삼면관을 썼다. 이 관에는 머리띠와 머리칼이 양옆으로 길게 늘어져 어깨까지 닿아 있다. 얼굴은 풍만하나 약간 모가 났다.

눈을 반쯤 내린 채 미소를 띠고 있으며 코와 입이 단아하게 조각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미소를 띠고 있으나 깊은 생각에 잠긴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다. 천의(天衣)는 두 어깨를 걸쳐 내려와 무릎에서 교차되고 있다. 상의(裳衣)는 허리에서 매듭을 짓고 있다.

하반신을 덮고 있는 법의(法衣)는 얇아서 두 다리의 윤곽이 나타나 있고 평행 U자 모양 주름이 나 있다. 옷주름은 둥근 대좌 위에도 덮여 있는데 Ω형의 고식(古式) 주름이 잡혀 있다. 이렇게 하단에 길게 내려진 옷주름들은 상 전체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 반가상은 세계적인 명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순흥 성혈사(聖穴寺) 나한전(羅漢殿)을 보러간다. 나한전은 정면 3, 측면 1칸인 단층 다포계 맞배지붕의 소규모 건물이다. 배흘림기둥과 문창살이 대단하다. 정면 어칸에는 바탕에 성근 빗살을 짜고 그 위에 활짝 핀 연꽃을 배경으로 하여 노닐고 있는 물고기, 개구리, 학 등의 모습을 정감 있게 조각한 두짝분합문의 장식이 놀라운 곳이다.

이어 부석사로 간다. 부석사는 역시 무량수전이다. 왕과 부처님은 남면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곳 소조아미타여래좌상과 경주 석굴암 부처님이 동쪽을 바라보고 계신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곳이 바로 무량수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배흘림기둥과 단청이 없는 것이 더 감동이다.

그리고 소수서원과 무섬마을`죽령옛길까지 둘러본다. 시간이 되면 마구령과 고치령을 넘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추천하는 영주여행 코스다. 영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조만간 부석사가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되고 있다.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한 화엄종찰이다. 의상대사가 화엄사상을 닦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사찰이다.

무량수전 앞의 석등은 균형미에 장식미를 더해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아름다운 석등이다. 부석사는 돌 계단식으로 조성된 산지가람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부석사를 포함한 우리의 산지가람들은 유네스코가 주장하는 독특한 형태의 원형을 잘 보전하고 있다.

지난 5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가운데 부석사, 통도사, 법주사, 대흥사를 등재 권고했다. 한국의 산사는 6월 말~7월초 바레인에서 개막하는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부석사는 작년 9월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현지실사가 진행됐다. 당시 이코모스 중국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중국건축역사연구소 소장인 왕리준(王力軍)씨가 방문했었다. 영주시는 오는 74일까지 바레인 마나마에서 개최하는 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해 부석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활동을 펼치기 위해 출장을 갔다.

장욱현 시장을 포함한 대표단이 29~71일 세계유산 등재 심사 과정을 참관하고 부석사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부석사를 포함한 전국 7개 산사를 묶어 등재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10번째 심사순서를 배정받았다.

이코모스는 각국 유산을 등재권고·보류·반려·등재 불가로 분류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하며, 이미 등재권고를 받은 부석사 등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에서 등재된다. 또한 최근 영주가 깜작 놀랄 대단한 소식이 하나 더 있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던 훈민정음 언해본 목각판이 60여 년 만에 제자리를 찾게 됐다.

유교문화보존회는 지난 26일 경북도청 안민관 1층에서 영주 희방사 설송 주지 스님에게 훈민정음 언해본 목각판 복원본을 기증했다. 훈민정음은 우리 민족 최대의 발명이자 언어사, 기록문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 기록유산이다. 언해본은 훈민정음에 대한 한문 해설서인 해례본을 한글로 번역한 서책이다.

영주 희방사에서 보관하고 있던 훈민정음 언해본 희방사본은 그동안 발견된 언해본 중 최고의 학술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의 소개(疏開) 작전으로 목각판이 소실되면서 현재는 서책만 보관돼 전해진다.

지난 2016년 훈민정음 해례본 복각에 성공한 유교문화보존회는 소실된 언해본도 복원하고자 지난해 10월 언해본 복각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 복각 사업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인 김각한 각자장과 이수자 장우철 각자가 참여했다. 복원사업은 지난 5월 말까지 8개월간의 작업 끝에 10장의 언해본 복각본을 완성했다.

복각은 각수 한 명이 1장을 복원하는 데 식음을 전패하고도 일주일이 걸릴 만큼 고난도의 작업이다. 설송 희방사 주지 스님은 "전쟁 당시 소실됐던 훈민정음 언해본 목각판을 희방사에 다시 안장할 수 있게 돼 기쁘다""옛날처럼 인법당에 보존각을 만들어 안치하고 방문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전쟁 때 불타지 않았다면 국보 1호가 되었어도 손색없는 문화재가, 다시 장인의 손으로 복원되어 60여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영주에도 이제 등록문화재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19301960년대 건물인 옛 영주역 5호 관사와 7호 관사, 영주동 근대한옥, 영광이발관, 풍국정미소, 제일교회는 문화재 등록이 추진된 것이다.

최근 등록 예고된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는 30일간의 예고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등록을 결정하게 된다. 우선 이번에 등록 예고된 문화재는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 이곳은 철도역사와 그 배후에 형성된 철도관사, 정미소, 이발관, 근대한옥, 교회 등 지역의 근대생활사 요소를 간직한 건축물이 집적되어 있는 관사골에서 광복로 일대의 거리다.

이제 영주에서는 각종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잘 활용할 것인가 하는 큰 숙제가 남았다. 21세기 최고의 먹을거리 중에 하나인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일깨울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비롯하여 점점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등록문화재 등도 잘 활용하여 영주가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관광문화도시로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후손 모두가 영주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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