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로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되도록 해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영주시 후보들에게 드리는 제언. 35
김수종 | 기사입력 2018-03-04 17:11:35

김수종 칼럼니스트]
[영주타임뉴스=김수종 칼럼] 최근 영주에도 늘고 있는 빈집문제와 이를 포함한 도시 재개발도시재생이라는 화두에 나도 고민과 생각이 많다.

오랫동안 도시재생은 사기다라고 주장하는 친구의 SNS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건축공학박사인 친구가 대학원 시절에 배운 용어에 관한 것이다.

“Benign Neglect(무시,방치하다,도외시하다,등한하다,소홀). 대학원 시절에 배운 용어 중에서 지금까지 신선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Benign Neglect’이다.

우리가 보기에 남루해보일지 몰라도 거기에는 나름 최적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데, 섣불리 손대다보면 그나마 있는 생태계마저 황폐화시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해법이 없으면 차라리 내버려둬라는 것이 논점이었다.

처음에는 참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더라. 그래서 오랫동안 그 용어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도시재생에 관한 구본기 생활연구소장의 글을 읽다보니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던 ‘Benign Neglect’라는 용어가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일본 주택시장은 지난 1991년 거품이 붕괴하며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다. 25년이 넘게 흐른 요즘도 1991년 대비 절반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일본의 전국 주택지가와 시가지 주택지가는 각각 고점 대비 54.1%, 52.9%정도다.

다만 2013년부터 조금이나마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거품이 생기기 전인 1980년 초반 수준은 회복했다.

아베노믹스로 금융 여건이 완화되면서 신규대출 평균금리가 하락하자 주택수요가 증가했고, 상가·숙박업소 등 상업용 부동산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주택공급이 줄었다.

일본의 빈집 수는 지난 1993~2013년 사이 410만 채에서 780만 채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별장까지 포함하면 820만 채 정도다. 조만간 1,000만 채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체 주택에 대한 빈집 비율도 9.0%에서 12.8%로 급등했다.

빈집증가의 주요원인인 고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인구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구 수의 경우 단독 세대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2020년부터는 감소 전환할 전망이다. 이는 딴 세상 얘기가 아니다.

빈집이 100만호를 넘기고 있는 우리의 재개발정책은 어떠한가? 지난 수년간 재개발이 도시재생이라고 이름만 바꾸었을 뿐 그 방법과 절차는 사실 유사하다,

우선 서울 도심에 있는 세운상가와 낙원상가의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는 안다. 전자 부품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겐 관광객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세운상가에 등장한 주민들의 구호다.

세운상가의 도시재생 사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낙원상가. 지금은 악기 매장이 많은 오래된 상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50여 년 전에는 세운상가와 함께 국내 1세대 주상복합 건물로 유명했다.

세월이 흐르며 철거 위기에까지 처했던 낙원상가가 변신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이 지역 일대를 정비하고 상가 4·5·6·16층 등 4곳의 옥상을 공원과 전망대, 텃밭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전망대에선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음악회 등이 열리는 야외 공연장도 생긴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사에 들어가 2019년 하반기 문을 여는 게 목표다.

러나 주민들의 입장은 시시각각 다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지역에 활기가 생기고 장사도 잘 돼 좋을 것이라는 기대 뒤에는 동네가 뜨면서 원주민이 밖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에 대한 우려가 숨어있다.

동네가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용산구 경리단길 등에서 대동소이한 일이 일어났다. 과정은 똑같다.

지역 개발로 또는 작은 가게들이 동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인기를 끌자 프랜차이즈 등 대규모 자본들이 그 자리를 탐냈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크게 올렸다.

급격히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 소상공인들은 결국 동네를 떠났다.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도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자 월세와 임대료가 올랐다.

원래 살던 기초생활수급자들이나 노인들 중 이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이 생겼다.

경복궁 옆 서촌이나 북촌도 마찬가지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현상이라는 재미난 일도 있다.

관광객이 몰려들어 동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원주민이 지역을 떠나는 문제를 일컫는다.

한때 낙후됐던 마을에 벽화 등을 그리는 도시재생사업이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주민들도 달라진 동네 모습에 만족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실제 벽화로 유명한 종로구 이화마을은 관광객에 시달리다 못한 주민들이 그림을 페인트로 덧칠해버리는 일도 생겼다.

북촌한옥마을도 주민들이 관광객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호소한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개발사업의 문제는 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으로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외부인이 보기에 낡은 지역을 보기 좋게 바꾸려는 과정에 정작 지역 주민들의 삶은 소외된 것이다.

아무든 재개발이든, 도시재생이든 개발 이익은 전부 환수되어 다시 주민들에게 쓰이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시선을 낮추어 가난한 사람,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 환원될 필요가 있다. 서울 경의선 철길이 지하화 되면서 조성된 경의선숲길의 예를 들어보자.

원래 경의선숲길은 철도부지 국유지다. 그런데 이 땅을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게 된다.

이때 투입된 서울시예산은 450억 원이다.

인근에 위치한 K아파트의 경우에는 사실상 경의선숲길이 아파트 단지의 배후정원이 되었다.

이후 주변 지가와 집값이 뛰었다. 숲길이 완성된 이후 아파트 값이 2억 원 이상 상승했다.

이렇게 K아파트는 가만히 있어도 숲길의 최대 수혜지역이 되었고 재산 가치를 불렸다.

따라서 예산을 투자한 서울시는 해당 소유권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불로소득에 대하여 정확한 환수구조를 만들어 지가 및 집값 상승을 규제해 재산 값을 종전과 동일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다시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도입으로 재건축이 다 망했다는 소리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낙후된 환경에서 살다가 막상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는데 돈이 없어 삶의 터전에서 떠나게 되는 상황이 비정상이다.

그리고 새집을 사서 들어왔다는 이유로 갑자기 권리를 갖게 되는 것 또한 웃기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에 대한 해결책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정책이라는 것이다.

영주 같은 시골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개발 이익을 지역에서 일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 사업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리고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Benign Neglect하고 조금 더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훗날 적임자가 나오면 그때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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