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지방소멸의 시대, 매력 있는 동네엔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영주시 후보들에게 드리는 제언. 25
김수종 | 기사입력 2018-02-09 14:26:36

김수종 칼럼니스트
[영주타임뉴스=김수종 칼럼] 보통의 개발논자들은 주로 구도심을 전부 부시고 갈아엎은 다음, 전체를 다시 짓는 방식의 재개발을 원한다. 깨끗하고 보기에 좋고, 저비용으로 개발하기에도 편리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예전 추억과 역사는 모두 쓰레기더미가 되어 사라지고 만다.

이런 개발 논리와 콘크리트를 통한 건설문화는 아직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유령과 같은 존재로 곳곳에서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빈집 숫자인 1,000만호를 자랑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아직 여기저기에 초고층 타워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일본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쿄만 지대를 중심으로 초고층 타워 아파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 빈집이 점점 늘고 있고 인구도 감소추세에 있는데, 지속적인 고층 아파트 건설은 종국에는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을 줄 것이 빤하다.

이미 일본의 주택 숫자가 가구 수를 훨씬 초과한 상태이고 1,000만호를 넘긴 빈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악영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화전민들이 이동하면서 거주지를 곳곳에 확장해 나가듯 대량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마구 짓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제32회 도쿄올림픽 특수를 맞아 오늘도 도쿄만 주변지대에는 높이 100m 이상 타워 아파트들이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고도 성장기였던 1970~90년대 천정부지로 뛴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도시서민들이 장거리 통근을 감당하면서 변두리로 떠나면서 도심에는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도심공동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뉴타운 개발사업 등을 통하여 주민들을 도심으로 다시 유인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게 된다. 결과적으로 2000년 이후 용적률 상향조정 등 본격화된 건설규제 완화 조치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로 도산한 기업들의 도심 공장·창고 부지 등이 많이 있던 도쿄만 지역에 건설업체들이 속속 초고층 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맞벌이 가정의 출퇴근 및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에 따른 편의성과 부동산 투자열기의 부활도 고층 아파트 수요를 부추겼다. 현재 고층 아파트 지역에서는 다양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일조권·조망권 갈등과 급격히 늘어난 인구로 주차는 물론 교통대란과 어린 학생들 때문에 보육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 어디를 가도 초만원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신축 타워 아파트가 많은 전철역은 극심한 출퇴근 혼잡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급증했다. 여기에 도쿄하계올림픽 이후에 이어질 난개발 파산의 위험은 어디에도 아직 경고등이 없지만, 생각보다는 위험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사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도 난개발이 문제인데, 지방 소도시 역시도 난개발에 구도심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감소는 지방으로서는 큰 도전임에 분명하지만 지역마다 그 문제를 스스로의 미래를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생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일본과 유사한 닮은 꼴 형태로 현재 100만호를 넘기고 있는 빈집의 증가와 인구감소 사회로 바뀌어가는 한국에서도 외국의 사례를 잘 분석하고 연구하여 인구감소를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젊은이를 끌어들이는 지방소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30년 내에 대한민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보고서는 작년 9월 한국고용정보원이 진행한 한국 지방 소멸2’ 연구결과다. 내용 중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위험도에 따라 붉은색부터 파란색까지 각 지자체의 현황을 분류해놓은 지도였다.

흡사 묵시록 같은 느낌을 자아낸 이 지도의 이미지는 지방 소멸이라는 선정적 단어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소멸 예정 리스트에 오른 지자체들은 말 그대로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지방 소도시 영주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사실 지방 소멸 이라는 말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 건너왔다. 우리도 이제 도시 재생이나 지방 살리기등으로 이 말을 받아쓰고 있다. 이제 지방 소도시도 정말 진지하게 인구감소와 도시 재생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질문하고 정확한 대책과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지방 마을공동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마을이 생기고 작동하는 원리부터 정부 및 각 지자체가 표방하는 인구 유인책의 모순과 맹점들, 쇠락을 극복하고 멋지게 부활해 젊은 이주자들로부터 환영받는 농촌의 생존모델에 이르기까지 인구감소 시대에 마을이 나아갈 길을 정확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를 외국에 나가서 찾는 것도 있지만, 책이나 한국 곳곳의 성공한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순 쉬운 방법이다. 사실은 지역 재생이라는 목표 아래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과 지방 간 인구 균형 맞추기 대책이 실은 더 낭비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지방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떤 즉각적이고 인위적인 정책을 통해 기계적인 균형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인구 재편이란 행정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청춘은 원래 활기 넘치는 도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몰리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가능성만을 따져 젊은이를 억지로 지방으로 불러들이려고 만든 대표적인 정책이 출산보조금이다. 보조금을 받고 아이 한두 명 낳을 수는 있지만, 그런 식으로 유효한 숫자의 젊은 층을 눌러 앉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식의 정책은 결국 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하면서 한정된 인구를 지자체별로 서로 더 갖겠다고 아우성치는 제로섬 혹은 마이너스 섬게임,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마을은 어떤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보다 매력적인 거주 환경과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알찬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팍팍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이 동네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을 만들면 된다.

이곳에 정착해 돈 벌고 아이 낳아 기르고 일상의 행복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동네가 생각보다 세상 곳곳에 많이 있다. 그럼 인구 한계에 직면한 지역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가. 마을재생을 통한 매력적인 환경과 제대로 된 일자리가 지방을 살릴 수 있다.

경쟁에 찌든 도시를 벗어나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동네, 여기 정착해 돈 벌고 아이 낳아 기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동네로 가꾸는 것이다. “말이 쉽지라는 핀잔을 듣기 쉬운 이 해결책이 실제로 구현된 일본의 사례를 풀어놓는다.

우선 이로도리라는 영화로도 소개된 일본 도쿠시마현의 나뭇잎 사업을 살펴보자. 할머니들이 나뭇잎을 팔아 매해 1,000만 엔을 번다는 이야기에 솔깃해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이 마을의 사업모델은 아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을에 벚꽃이나 푸른 단풍잎의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철저한 마케팅과 사업계획 구축을 통해 작물 재배와 수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은 70퍼센트에 이른다.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일을 배우고 또 일을 하면서 공부하며 유유자적하는 마음으로 이 시골마을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젊은 이주자에게 어업권까지 개방한 도쿠시마현 이자리 항구의 모습이다. 도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촌 유학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한 이 항구에서는 바닷가로 이주해서 어부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주민에게 자신들의 곳간이나 다름없는 어업권까지 별다른 조건 없이 개방한다.

그러나 보니 나이든 토박이 어부보다 젊은 신참어부의 수확량이 더 많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돈이 없고 별다른 능력이 없어 이 마을에 정착하면 일도 배우고 살길이 열리는 관계로 어부가 되길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성공사례 또 하나는 사양 산업에서 첨단제품을 만들어내는 후쿠이현 이야기다. 안경테 가공으로 유명한 이 소도시에는 에치젠 칠기라는 전통 산업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칠기 판매가 줄자 젊은 인력들과 손잡고 문구나 스마트폰 케이스 같은 팬시상품을 만들어 고급 브랜드로 출시했다.

또 섬유업 등 오래된 제조업에 신기술과 창의력을 더해 새로운 첨단제품을 속속 개발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공 사례는 지자체와 마을 주민이 합심해 죽기 살기로 덤벼 마을재생을 이뤄낸 결과다. 또한 정책 성공의 요인 중에는 기존 주민의 배타성을 깨끗이 털어내고 완벽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낸 후에야 이는 가능했다.

우리도 전통에 새로운 옷을 입히면 무엇이든 가능할 수 있다. 안동 하회마을에는 농산물을 그냥 시장에 내다 팔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특산물인 도라지, 우엉 등을 전통차로 만들어 팔면서 수입도 늘리고 고용도 대폭 늘린 농업기업인 부용농산이 있다.

또한 영주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고구마를 가공한 고구마 빵과 풍기인삼을 가공한 여러 가지 인삼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기업들이 있다. 여기에 스님들이 주로 먹는 부각을 가공한 한부각공장이나, 지역 특산품인 부석태를 가공하는 간장과 된장공장, 목련이나 벚꽃을 이용한 꽃차가공공장, 한과공장 등도 주목해야 할 듯하다.

예천에서는 꿀을 소분할하여 스틱형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가공업체도 있으며, 지역 특색에 맞는 곤충을 이용한 빵도 출시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일찍이 우리 사회가 경험한 적 없는 아주 특수한 현상이다. 또 이로 인해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조금 앞서 걷고 있는 일본 등의 선진국 사례를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현실적인 마을 재생법을 제안하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지방 소도시가 고민하는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도 적잖은 힌트를 줄 것이다.

우리 영주에서도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구도심에 쓸모가 줄어든 건물을 활용하여 한국미술협회장과 홍익대 미술대학장을 지낸 영주출신 이두식 선생 미술관 건립이나 구성공원에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조각공원도 고민해볼 문제다.

여기에 마당이 넓은 빈집을 개조한 갤러리 등을 만들어 도심 활성화사업을 하는 것이 또 다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영주시의 할배목공소 사회적협동조합’ ‘할매묵공장등은 이래서 더 멋진 성공한 도시 재생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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