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본 언니가 일러주는 어른질하기 위해 알아야 할 463가지 목록
<어덜팅>(메디치미디어)켈리 브라운의 저작 출간
김수종 | 기사입력 2018-01-06 13:54:31

[부산타임뉴스=김수종] 흔히 영·미권에서 ‘섹스(Sex)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나이’를 뜻하는 말이 ‘어덜트(Adult, 성인)’다.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성인,20세 이상의 연령층을 총칭한 용어)에 ing를 붙인 단어인 ‘어덜팅(Adulting)’은 의미는 익숙하지만 어쩌면 고루한 표현이다.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의 부연설명에 따르면, 어덜팅은 과시적 어른다움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애정과 애증이 섞인 태도를 반영한다. 어른답기를 강요하는 세태에 대한 묘한 반항 심리랄까. 책임지는 성인의 특징에 맞게 행동하는 관행, 세속적이지만 필수적인 일들을 성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어쩌면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제 한 몸 오롯이 홀로 서는 행동이 바로 어덜팅인 것이다. 어른은 완성된 명사가 아니라 행동으로 채워나가는 동사라는 명제가 <어덜팅>(메디치미디어)의 기본 전제다. 이 책은 스스로 책임지며 하루하루 행동으로 채워나갈 어른을 위해 몰라도 되지만 알면 좋은 체크리스트를 꼽았다.

새 천년에 태어난 신세대가 어른이 되어가는, 함정과도 같은 과정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삶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어른을 글로 배웠습니다. 아니, 이런 것도 몰라서 책을 통해 알아야 한단 말이야?’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이미 어덜팅 완료형이다.

스무 살, 이십 대 초반에는 결코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당연해지는 삶의 지혜, 누구한테 묻기는 애매한 깨알 정보를 한권의 책으로 모았다. 꼰대처럼 무게 잡는 인생 상담이 아니다. 한없이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수렴하지도 않는다. <어덜팅>은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가능케 할 구체적인 팁을 모은 실용적인 에세이다.

어른의 마음가짐, 가족 관계, 집안 살림, 직장 생활, 재정 관리, 연애, 위기 상황 대처 등 분야별로 463가지를 제시한다. 물론 어느 것 하나에도 반드시 절대라는 조건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어덜팅 팁을 조금씩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어른인 척, 어른이 되어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뜨거운 국물을 삼키고 “으~ 시원하다"라고 감탄사를 내뱉는 나를 발견한다.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으며 어른으로 지위가 상승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메리카노를 아침마다 보약처럼 들이켜고선 그 쓴 맛을 어른의 맛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런 나, 어른인가요? 정말 그런가? 스무 살이 넘으면, 19금 성인인증을 받고 술집에 드나들면 어른인가? 저자는 19살이 넘어 술집에 드나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고도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켈리 브라운이 정의한 어른스러운 행동은 한밤중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슈퍼로 뛰어가지 않기 위해 대량으로 휴지를 구입해 놓는 준비성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 혼자 산다면,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되는 건가? 내가 정말 어른이 되었으며, 어른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은 나의 몫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사람처럼 짜증을 내면서 “저도 어른인데,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 지르는 방식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먼저 좀 더 살아본 언니가 어른처럼 보이는 깨알 팁을 전수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처럼 그런 척하다 보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어른스러운 척하다 보면 어른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어른이라면 알아야 할 것이라는 목록이라도 있어서 이를 모르면 바보가 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단추를 못 단다고 해서 이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

나는 왜 단추 다는 법을 모르는가에 사로잡혀 왜 난 이 모양인가라는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말고 단추를 어떻게 다는지 알아보면 된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나면 단추 다는 법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어엿한 어른이 된 기분도 들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원한다면! 책에 나오는 방법을 실행하고, 실행한 방법에 완료 표시를 해놓고, 새로 익힌 어른의 기술을 마음껏 뽐내보자.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데 익숙해지자! 아이였다가 어른으로 자라면서 사람은 자기중심 적에서 타인 지향적으로 자연스레 변한다. 어렸을 때는 주위에 사랑이 넘쳤으며 남에게 사랑을 베풀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비율이 바뀌었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더 받으려고만 한다면 남들은 나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생김새나 출신이 아니라 행동을 평가하자! 가장 단순한 예로 키가 큰 사람에게 키가 크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유전자의 우연성, 운명, 신 등등 이에 따라 삶의 큰 부분이 형성된다.

어떤 사람이 키가 작든 크든 캐나다 사람이든 아시아인이든 동성애자이든 부잣집에서 태어났든 머리카락 색이 붉든 뭐가 됐든. 이는 그 사람이 택한 것도 노력한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좋고 소중한 이유는 그런 특징과 상관이 없다. 그 사람이 하는 선택이나 행동 때문이다.

난 붉은 머리카락이 예쁘다는 칭찬보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이 늘 더 마음에 든다. 전자는 단백질 부호화로 일어난 일이고 후자는 필사적으로 내가 노력해서 생긴 결과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산다고 해도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내가 아니다.

어린 시절 살았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부모가 요구하는 식에 맞추어 집 안에서 행동해야만 한다. 불합리할 수도 있고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런 여건일수록 독립해야겠다는 동기로 받아들이고 더욱 노력해서 다시 나가도록 하자.

집에서는 행동에 제한이 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자율적인 사람이다. 나와 관련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한다. 독립할 집은 내게 딱 맞는 공간을 찾자. 부동산 시장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점들을 살펴보길 바란다. 온수는 적당한 수압으로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자.

엄마가 한 번은 내가 사는 집 샤워기를 틀어본 후 했던 말처럼 나이 여든셋의 할아버지가 소변 누듯 물이 나오지는 않는지 수도꼭지를 틀어보자. 그리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지도 확인하자. 집주인 혹은 관리자는 건물주가 적어도 말은 통하는 사람인가? 건물주는 보통 까다로우니 약간 너그럽게 대해야 하나 광기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반려동물은 동물을 키운다면 동물 수용이 가능한 곳인지 확인하자. 괜찮은 집이 유혹한다고 키우던 동물을 유기동물 보호소 앞에 버리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직장생활과 사내연애 원칙은 회사 동료 전부를 인형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든 밋밋한 가랑이가 있다고 여기며 지낸다.

가랑이가 없는 사람에는 본인도 포함된다. 나의 성생활은 절대로 사무실 잡담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의 성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성기는 퇴근 후에 되찾기로 하자. 저축을 계속해 3개월에 해당하는 생활비를 따로 모아둘 수 있도록 하자. 더 할 수 있다면 6개월 치를 모으자 나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지만, 사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 목돈을 가리키는 이름은 예의 바른 버전인 안전 자금부터 무례한 버전인 뒈지는 걸 막아주는 자금까지 다양하다. 뭐라고 부르든 간에 돈은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를 상징한다. 흰옷을 입을 생각이라면 몸과 마음을 바쳐 조심하겠다고 맹세한다. 흰옷뿐만 아니라 파스텔 톤의 옷도 마찬가지다.

어른질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경험치를 가지고 알려주고 있는 <어덜팅>의 저자 켈리 브라운은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인 텀블러에서 인기 블로거이자 <스테이츠먼 저널>, <오레건> 잡지와 일간지 피처 기자, 카피라이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스물여덟 살부터 1인 가구로 살기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과 주위의 조언을 바탕으로 을 출간했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7년에는 정열적인 삶을 사는 여자 노인들의 지혜를 담은 를 냈다. 흰 피부에 빨간 머리의 소유자이며 스스로를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때때로 어른이라고 여기고 있다.

번역자 손영인은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이야기인 스페인어권 및 영어권 문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해 주는 논픽션에 관심이 많다. 좋은 책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기 위해 오늘도 즐겁게 노력한다. 연세대에서 영문학, 불문학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