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충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강규화,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 보훈섬김이! 나는 나에게 상을 주고 싶다
홍대인 | 기사입력 2017-11-20 18:09:31
충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강규화
그 노인을 처음 본 곳은 내가 방문하는 국가유공자 어르신 댁에서였다. 심란하게 눈발이 흩날리던 겨울 오후에 초라한 행색으로 오래전에 유공자에게 지급된 쌀을 가지러 내가 방문하는 최OO 어르신댁에 자전거를 타고 온 구부정한 노인이었다. 들어오시라 해도 얼른 가야한다고 하며 서둘러 쌀을 싣고 줄을 매는 을씨년스런 손을 보며,

“어르신! 보훈청에서 방문하는 보훈섬김이 재가복지서비스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하니 쳐다도 안보고 고래를 절래 절래 흔든다.

내가 방문하는 어르신(최OO)이 아무리 좋다고 이야기해도 그저 자리를 뜨고만 싶어 하셨다. 그렇게 그 노인을 잊고 지낸지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최OO 어르신이 그 집 아들이 방문해달라고 연락이 왔다길래 주소를 갖고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니 구부정한 노인이 “누구세요 ?" 하신다.

“저, 생각 안 나세요 ? 최OO 어르신 댁에서 뵜었잖아요. 보훈청~ " ,

“아 !"

“아드님이 연락해서 왔어요. 어르신은 지금도 제가 방문하는 게 불편하세요 ?"

“들어와요. ~ "

밖은 화사한 봄빛과 꽃으로 빛나고 있는데 방안에는 흑백 TV같아 도로 나가고 싶었다. 괜히 권한 것 같았지만 다시 도전해보기로 하고 전기장판 위에 앉았다. 어르신은 나만 방문하면 TV를 딱 끄신다. 첫날도 보시던 TV를 끄고 말없이 쪼그리고 앉아 계시길래,

“어르신 ! 날씨가 참 좋죠 ! 저 밖에 꽃 좀 보세요. ~~~"

언제 손이 간 유리창인지 뿌연 유리창에 내 말이 공허하게 부딪혀 돌아온다. 우선 혈당을 재드린다고 하니 어색한 미소를 띠며 팔을 내민다. 이것 저것을 하려해도 극구 말리시길래 할 말이 있으시구나 하고 조금씩 어르신의 감성을 터치하니 맞지 않는 퍼즐처럼 이말 저말을 하시는데 분명한 것은 ‘죽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의미가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를 또 만나다니 !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구나 ’

생각하며 첫 방문을 마쳤다.

두 번째로 방문하는 날은 유리창을 먼저 깨끗하게 닦아놓고,

“어르신 ! 저 하늘 좀 보세요." 하니 힐끔 쳐다보곤,

“나한테 애쓰지 말아요. 그냥 죽었는지 살았는지 일주일에 한번 와서 확인이나 해줘요."

“네 ! 알겠습니다." 하고 또 방문을 마쳤다.

그 이후 방문하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존심과 큰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교회 장로님이시지만 목사님이 방문하시는 날에만 마지못해 아무 옷이나 입고 나간다는 말씀을 하신다.

어느 날, 어르신과 이야기하는 도중 큰 아들이 외국출장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지 일 년이 되어간다고 하시며 무척 힘들어 하신다. 아들을 위해 아들 지인들이 그를 추모하며 낸 책을 보여주며 많이 슬퍼하시는 것을 보니 맘이 많이 아파온다.

‘어찌 제가 그 마음을 알겠냐며, 솔직히 어르신을 다 위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곤 그 책을 좀 달라고 해서 읽어보고 그 아들을 생전에 알았던 것처럼 늘 아들 이야기를 하며 그 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그 슬픈 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어르신이 좋아하실만한 새롭고 귀한 씨앗들을 가져다드리며

“나중에 크면 이렇다는데 한번 심어보실래요?"

했더니 내가 옛날에 농촌청년 지도자로 농사도 잘 짓고 했다고 하시며, 의욕을 보이시길래, 천천히 칭찬도 하고 때론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보며 독려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어제는 오랜만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교회에 갔더니 모두 좋아하며, 장로님 ! 그렇게 자리만 지켜주셔도 은혜가 됩니다." 라고 했다며 얼굴에 생기와 옅은 미소가 번진다. 칭찬을 아주 과하게 해드리고 음식을 한두 가지씩 해드리니 주방에 와서 이것저것 설명하며 도와주고 떨어진 양말도 스스럼없이 내놓으신다.

지난주에는 농사지은 오이로 오이지도 담가놓고 깻잎으로 장아찌도 해 놓았다며 가져다 먹으라신다. 작은 며느리도 주고 딸도 줄 거라며 많이도 담그셨다. 요즈음엔 내가 해주는 반찬보다 자기가 하는 반찬이 맛있다며 이야기하고 싶으실 땐 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는 사이 아들 이야기는 많이 줄고 ‘교회에서 있었던 일’, ‘외출해서 만난 사람 이야기’, ‘농사지은 이야기’ 등 어느 새 아들을 멀리 보내시는 것 같다. 사람을 다시 세우는 내 자신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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