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중간 1년에 3개월 정도 마시는 국화차는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매일 마시는 편이다. 늦은 시간 잠이 오지 않을 때나, 책을 읽을 때 국화차를 한잔하면서 잠시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국화차는 특히 편하게 깊은 잠을 자고 싶을 때 좋다. 물론 국화베개를 사용하면 더욱더 숙면에 도움을 주지만, 나는 주로 차로 대신하며 살고 있다. 늦은 밤 차 한잔이 주는 위로감은 대단하다. 요즘 같은 환절기 잔기침이 멎지 않는 밤에는 국화차 한잔이면 심신이 전부 평화를 찾게 된다.
특히 눈이 좋지 않은 요즘에는 눈 건강을 위해서도 국화차를 마시는 편이다. 국화차를 마시면 두통도 없애주고 정신집중에 머리도 맑아지지만 눈도 밝아지고 투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1년에 200~300권 이상 책을 읽기 위해서는 국화차가 필수적인 차 중에 하나인 것이다.
국화차가 유명한 곳은 생각보다 전국에 아주 많다. 전라도 어디에도 있고 경상도 어디에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주로 ‘봉승사화(奉承士化, 선비를 받들고 숭상함)’의 고장인 경상도 봉화군(奉化郡)에서 나는 국화농원 <국태>의 국화차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다른 국화차는 차를 따고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국화의 독을 없애기 위해 계피를 사용한다. 독을 없애는 것은 좋지만, 이런 경우에 국화의 향보다 계피의 향이 강하여 계피차 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봉화의 국화차 <국태> 제품의 경우에는 죽염으로 독을 없애는 관계로 냄새가 없고 계피 맛도 나지 않아 순수한 국화차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은은한 감국의 향기가 온몸으로 퍼진다. 그래서 인지 목 넘김이 좋은 부드러운 국화차를 마시면 몸속에 독도 빼주고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다.
요즘 고교2년생인 아들 연우와 함께 저녁에 국화차를 한잔하는 재미가 있다. 늦은 밤 책을 읽고 있을 때 돌아오는 아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나는 다기에 국화를 넣고는 국화차를 한잔씩 만든다.
그리고는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진로와 대학진학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과생인 아들은 최근에 공대 중에서도 토목공학과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 건축이나 기계, 전자 쪽은 관심이 별로 없고, 토목공학을 공부하여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괜찮을 것 같다고 긍정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국화차가 없었다면 심야에 이런 대화를 부자간에 나누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오랫동안 차를 즐기는 아빠를 곁에서 지켜본 아들은 자연스럽게 차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어제도 봉화군에서 택배로 온 국화차를 보면서 “아빠는 정말 오랫동안 이 국화차를 마시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마시던 국화차 같은데 말이야”라며 “오늘 밤 차를 한잔하자”고 했다. 연우도 차 맛과 정취를 조금씩 익히고 배우는 것 같다. 그래서 부자간에 자연스러운 대화도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사둔 국화향 베개도 이제는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베개를 3개 사용하고 있다. 늘 쓰는 일상의 오리털 베개를 포함하여 머리 옆에는 국화향 베개를 두고 잔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가끔 사용하는 편백나무 베개까지, 은은한 향이 숙면을 돕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편하게 책도 읽고 국화차도 마시면서 늦은 밤까지 책을 왕창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높고 공기가 맑은 가을은 나에게 진정한 독서의 계절인 것 같다. 올해는 산천으로 놀러는 그만 다니고 책을 조금 더 읽도록 하자! 국화차를 한잔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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