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괴벨스를 통해 검열 통제가 만연한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연극 ‘괴벨스 극장’
계속 방관자로 남아있으면, 언젠가 다시 살아나 너희들의 게으름에 철퇴를 내려칠 것
김수종 | 기사입력 2017-08-11 15:24:10

파울 요세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1897년 독일 라인란트에서 태어났다.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어린 시절 골수염에 걸려 다리가 굽어 청소년기 내내 차별과 함께 청년기에는 입대거부까지 당했다.

머리가 좋고 문학적인 재능이 있었던 그는 이후 장학금을 받아 본,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취업도 못하고 있던 그는 1922년 나치스(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에 들어가 1925년 당내 좌파지도자 슈트라서의 비서가 되었다.

그러나 슈트라서와 히틀러의 대립이 심각해지자, 1926년 히틀러에 충성을 맹세하고 베를린 지방의 당 지도자가 되었다. 이후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당 선전부장으로 새로운 선전수단의 구사, 교묘한 선동정치로, 1930년대 당 세력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나중에는 국민계발선전장관 등으로 문화면을 통제,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최후까지 히틀러에 충성하였으며,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날 그도 총리 관저의 대피호에서 가족과 함께 스스로 생을 마쳤다.

연극 괴벨스 극장은 괴벨스를 주인공으로 최근까지 한국에서도 벌어졌던 문화통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괴벨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동에 누구보다 능숙했다. 그는 히틀러를 만나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며, 독일 나치즘과 히틀러를 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독일 사람들을 나치즘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그이다. 히틀러의 심복이자 천부적인 달변가로 알려진 그는 언론, 출판, 대중연설 등을 통해 나치즘 선전활동에 정점을 찍었다.

그의 활약 중에 눈여겨 볼만한 점이 있다. 문화, 라디오, 음악 등을 이용하여 대중을 선전 선동하는 것에 대단한 기지를 발휘했다는 점이다. 그는 그림을 공부하여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히틀러와 함께 문화예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대중에게 교묘히 활용했다.

1933년 그가 문화회의소 총재였을 땐 보도 부문과 예술 부문을 지배 통제했다. 대중들이 라디오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보급한 뒤 라디오를 통한 대대적인 파시즘 선전활동을 이어나갔다. 국민들 사이에선 라디오가 괴벨스의 입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상실된 독일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혹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조국을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기타 등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다수의 독일인들은 히틀러와 나치즘에 열광하고 있었다.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따라서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고 평소 언론 통제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말하고 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겪었던 괴벨스. 그는 자라면서 한 명의 절대자가 하나의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어 내고, 그 기준에 의해 다수의 민중을 지배할 수 있는 파시즘적 메커니즘을 스스로 발견한다.

연극에 의하면 장애로 인하여 차별받던 괴벨스는, 히틀러와 함께 또 차별의 기준을 만들어 새로운 다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유태인과 공산주의자들을 다름이라는 이유로 탄압하고 차별하기 시작한다.

괴벨스로 분한 배우 박완규는 광기 어린 눈빛과 무구한 목소리를 결합해 아이러니한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그는 나치즘에 심취한 광적인 괴벨스, 그리고 경험하며 배운 원리를 그대로 실천할 뿐이었던 괴벨스의 모습 두 가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그는 그저 비슷한 결의 패러다임에 새로운 주체와 대상물들을 대입시켰을 뿐인 것이다. 연극은 괴벨스의 삶을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겪으려 사실로 드러난 우리나라의 대중 검열과 통제를 빗대어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믿게 된다” “진실은 국가의 가장 위험한 적” “아이들의 운명은 어른들에 의해 결정된다” “언론을 정부의 뜻대로 연주하는 피아노로 만들면 된다등등의 논리를 설파한다.

괴벨스는 독재가 히틀러를 만나 세상이라는 극장에서 입으로 대중들을 선동하고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그의 어록 중 하나인 대중은 여자와 같아서를 풍자하듯 극은 영상 속 괴벨스가 변조된 여성의 음성으로 선동문구를 읊는 것으로 시작한다.

말로 사람을 어떻게 자극해 분노하게 하는지, 유대인 학살의 단초를 어떻게 마련하는지, 월세를 받으러 온 이가 공산주의자였음을 이용해 어떻게 여론을 왜곡시키는지 등이 빠르게, 더불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장황하고 진지하지 않다.

브레히트, 헬렌 켈러 등 나치에 저항하는 예술인들을 호명하는 사이사이 박근형, 윤한솔 등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출가들의 이름이 몰래몰래 등장하고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이 된 개구리같은 극은 쓰지 말아 달라던 국립극단에 대한 말장난적인 비난도 한다.

예술과 글, 문화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단단했던 가치관이 잠시 잠깐 허술해진 틈을 어떻게 파고들어 통제되고 왜곡되는지의 과정이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진다.

장황하고 진지하지 않게, 조롱하듯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괴벨스 극장의 형식은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렇게 잠시 잠깐 정신을 놓고 휘둘리거나 다른 이의 가치관을 자신의 것 인양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것만으로도 독재와 학살, 비상식을 포장하고 선전했던 괴벨스의 망령이 되살아난다고 일갈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했다.

남의 것을 읊으면서 마치 자신의 생각으로 착각한 작가를 향한 괴벨스의 당신들은 두 종류의 적과 싸워야 해. 하나는 당신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 또 하나는 너희들의 게으름이라는 일갈과 맥을 같이 하는 마지막 괴벨스의 호통이 의미심장하다.

언제나 끝은 끝이 아니다. “계속 방관자로 남아있으면, 언젠가 다시 살아나 너희들의 게으름에 철퇴를 내려칠 것이다.” 나치정권에서 선전장관을 지내며 베를린 분서갱유 주도했던 괴벨스를 매개로 검열과 정치적 통제가 만연한 한국사회를 우회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연극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연극 괴벨스 극장은 오세혁이 대본을 집필했고 이은준의 연출작이다. 괴벨스를 연기하는 명배우 박완규를 비롯해 성노진, 김은우, 김병건, 신사랑, 홍수민이 출연한다.

호평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베서니(Bethany)와 함께 작년 연말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한 우수작이다.

공연 일정:2017.08.03.~2017.08.20

공연장: 성균관대 인근 명륜동 ‘30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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