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북북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정순섭, 보훈섬김이의 길
홍대인 | 기사입력 2017-07-27 09:58:22
충북북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정순섭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물 흐르듯 목덜미를 타고 흐른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로 방을 닦고, 몇 개 안되는 어르신 옷을 손으로 비벼 빨아 널고 잠시 선풍기 바람으로 땀을 식힌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여름 삼복더위는 만 2년이 넘는 섬김이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복병인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보훈 섬김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남들은 선행으로 봉사활동도 하는데 나는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참으로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섬김이라는 직업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때로는 당신들이 살아온 힘든 세월에 갇혀 아집과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에게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고, 나 또한 그런 국가 유공자 어르신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변함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에게 조금씩 다가서니, 이젠 정말 나를 자식 대하듯 대문 밖에 나와 기다리며 반기신다. 그렇게 벌써 나의 섬김이 생활이 만 2년이 지나고 있다.

나는 국가유공자 어르신을 만나 뵈면서, 경제적인 생활에서 매우 힘들어 하시는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 중 내가 방문하는 전 모 어르신의 배우자께서는 어깨 관절 마모로 인해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병원비 걱정 때문에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고 계셨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어르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긴급의료지원‘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시 복지과와 병원 복지과에 문의하여 어르신의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다행히도 어르신의 어려운 형편이 수렴되어, 보건복지부의 조사 끝에 총 500만원이 넘는 병원비 중 비 급여에 대한 병원비 2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면제 받고 무사히 수술을 마치셨다. 병원비 걱정에 잠 못 이루시던 어르신께서는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 거리시며 나를 은인이라며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하셨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임무이지만 나또한 정말로 행복한 일이었다.

한 달 뒤, 퇴원하신 어르신의 댁을 방문하였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감사패를 건네받았다. ‘귀하께서는 보훈청에 근무하면서 어진 성품과 지극한 정성으로 노인 복지를 위해 불철주야 애써 오시고 금번 저의 커다란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어 그 고마움을 이 감사패에 담아 드립니다.’ 섬김이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고마워하시다니! 이 감사패를 내가 받아도 되는지 한참을 망설였다. 어르신께서는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마음을 담은 이 감사패를 준비 하셨다며 내 손에 쥐어 주셨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이제껏 섬김이 생활을 하면서 참 보람찼던 일이었던 것 같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나에게 전화하시는 어르신, 뭐든지 주고 싶다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시는 어르신, 친정어머니처럼 방문 할 때마다 호박이며 가지며 농사지은 야채를 챙겨주시는 고마운 어르신, 백세가 가까운 연세에 노환으로 누워만 계시는 어르신 댁을 방문 할 때마다 어깨와 다리 등을 주물러 드리면 힘없는 손으로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으시는 어르신, 때론 자식을 먼저 가슴에 묻은 아픔으로 힘든 세월을 살고 계시는 어르신이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가정사를 이야기 하시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나누고 위로도 해드리고, 6.25 전쟁 때 고지를 두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이야기를 처음인 냥 몇 십번을 얘기하시는 어르신의 마음은 아직 전쟁의 아픈 상처에서 머물러 계신 듯하다.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을 방문 할 때면 손수 농사지으신 농산물을 판매를 못해 애태우신다. 그러면 나는 마늘, 들깨, 참깨를 지인들에게 소개하여 모두 팔아 드릴 때면 내 마음이 어찌나 뿌듯한지 이런 일 또한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번거로워도 내가 조금 더 움직이면 어르신들의 일상은 조금 더 편해지시는 것 같다. 몸은 노쇠하여 백발이 되었으나 마음만은 청춘에 머물러 있는 어르신들을 바라 볼 때면 어르신들은 나의 부모님의 현재 모습이며 미래의 나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더 쓰인다. 그래서 이 일을 하다보면 정말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절로 찾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어르신께서는 아들 내외가 함께 살자고 했는데, 직장생활에 바쁜 자식들이 섬김이만큼 병원이며 집안 청소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며 거절하셨다고 하신다. 아들과 함께 살면 보훈청 서비스를 못 받으신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를 의지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찡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내가 더욱 더 어르신들께 잘해 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께 내 일처럼 해드리려 노력하니 어르신들께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내가 베푸는 만큼 어르신들의 사랑은 두 배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국가유공자 어르신들께서는 당신들의 희생으로 우리 후손들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자부심 또한 매우 크시다. 그분들을 존중해 드리면서 아픈 곳은 어루만지고 가려운 곳은 긁어 줄 수 있는 효자손 같은 보훈섬김이가 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유공자 어르신께 인생의 지혜와 나라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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