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북북부보훈지청 박영순 보훈섬김이, 행복한 파수꾼 ‘보훈섬김이’
홍대인 | 기사입력 2017-07-09 11:41:36

충북북부보훈지청 박영순 보훈섬김이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보훈섬김이’라는 직업에 대해 듣게 되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국가 유공자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일을 한다고 했다. 무작정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수 있다는 생각에 ‘보훈섬김이’라는 직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어떻게 하나?’하며 걱정했지만 나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벌써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 어르신 댁으로 방문할 때는 어르신과의 서먹함과 어색함에 두려움마저 들었는데, 이젠 어느 어르신 댁에 방문을 해도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내가 모시는 재가복지서비스 유공자는 총 14분인데, 이중에서 유난히 나를 딸처럼 생각해주시는 차 모 어르신 내외는 나더러 “내 딸 해라!"라고 하면서 늘 다독여 주셨다. 처음 방문할 당시 할머니는 웃지도 않으시고 말씀도 퉁명스럽게 하셨는데 8개월이란 시간 속에 신뢰감이 형성 되었는지 할머니는 당신의 마음을 열어 집안에 대소사를 말씀 하시며 때로는 푸념을, 때론 자식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신다. 이럴 때면 나 역시 ‘내가 잘 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에 자부심도 느끼고 일에 보람도 느낀다.

한번은 할머니께서 목욕탕을 가자고 하셔서 두 분을 모시고 목욕탕으로 갔다. 할머니 옷을 벗겨 드리고 옷 정리 후 탕으로 들어가 너무나 빼빼 마르신 몸과 가느다란 손과 다리 등을 밀어 드리는데 괜히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분도 누구의 귀한 딸이었을 텐데, 세월을 피해 가지 못하고 지금은 노쇠하여 당신 몸조차 가눌 수 없는 모습을 보니 괜히 속상하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하였다.

이런 나의 모습에 옆에서 목욕을 하고 계시던 분이 누구냐고 물어 보셨다. 할머니는 내 눈치를 보시며 머뭇거리자 난 재빨리 “딸이에요." 라고 말했더니, “아 그럼 그렇지 딸이나 저렇게 곰살 맞게 잘 하지."라고 말씀하셨고 할머니는 내가 딸이라는 말이 좋으셨는지 미소를 지으면 기분 좋아 하셨다. 목욕 후 할머니는 “고마워 항상 와서 깨끗하게 해줘서", “고생했어! 수고 했어." 라고 매번 고맙다는 표현을 하신다. 그럴 때마다 물론 내가 해드려야 할 일이지만 고맙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그 날 이후 나와 할머니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끈끈한 신뢰감이 생긴 듯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은 아주 오랜 옛말이 되었고, 지금은 3개월만 지나도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왔다. 살기 힘들어 하루 세끼 하얀 쌀밥 한번 원 없이 먹어봤음 했던 시절에도, 자식 여럿 교육시켰고 시집 장가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힘없는 늙은이가 되어 자식이 아닌 요양 보호사, 보훈 섬김이라는 옛날에는 생각도 못했을 직업이 생겨나고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좀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렇게 보살펴 줄 수 있는 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나는 내가 방문할 때마다 유공자 어르신들이 “주말에 울 아들 내외가 다녀갔다. 전화가 왔었다."라고 말하며 웃으시며 내게 자랑하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 이분들이 계시기에 나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이 나라 대한민국의 땅을 밟으며 사는 게 아니겠는가! 이분들의 애국심과 사명감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또한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갚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보훈 섬김이란 일을 내 직업이라기보다는 나의 작은 정성과 도움이 그분들의 생활함에 불편함을 해소해드리는 동반자가 되어 외로움도 달래드리고 그 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 남은 여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행복한 파수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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